“고용-소비 촉진 성장동력” 좌우파 구별없이 추진
독일 하원은 법인세율을 2008년까지 9%포인트 낮추는 파격적인 법인세 감면안을 지난주 통과시켰다.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고 외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개혁안이 관철된 것. 지금까지 독일의 법인세율은 38.65%로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3월에는 영국의 차기 총리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30.0%인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33.3%인 법인세율을 최소 5%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8일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동유럽 국가에서 시작된 법인세 인하 경쟁이 서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제목은 ‘세금 인하 전쟁’.
그동안 서유럽 선진국들은 동유럽의 낮은 법인세율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 “세금 덤핑을 계속하면 EU 보조금을 줄이겠다”고까지 압박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3년 전 재무장관 시절 “EU 내 법인세 하한선을 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EU 평균보다 낮고 심지어 20%에도 못 미치는 동유럽 국가들의 법인세율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은 그만큼 컸다. 서유럽 내 기업들은 세금을 덜 내는 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푸조, 독일의 지멘스는 슬로바키아로 일부 생산시설을 옮겼다.
법인세 인하로 외자 유치에 재미를 본 대표적 사례는 아일랜드다. 1988년 47%에 이르렀던 법인세율을 12.5%까지 낮추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앞 다퉈 아일랜드에 투자했고 이 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EU 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법인세 인하 경쟁에는 좌·우파 정부가 따로 없다. 스페인은 35%인 세율을 30%로 낮출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로마노 프로디 총리도 30%를 웃도는 법인세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HSBC의 필립 풀 씨는 “낮은 법인세는 동유럽 국가의 주요한 성장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유럽 경제대국들의 최근 성장률이 2%대에 머무는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5%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로 세수(稅收)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통계에 따르면 기우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PMG가 지난해 8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법인세를 인하했을 때 기업으로부터의 세금은 줄어들지만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감소분을 대부분 메우고도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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