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로버트 졸릭(53) 전 국무부 부장관을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후임자로 지명할 계획이며 30일에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29일 보도했다.
졸릭 전 부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한 '벌컨 12인방' 가운데 한명. 벌컨의 일원이며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이론가인 울포위츠가 낙마한 자리를 벌컨 인사로 충원하는 것은 한정된 인사로 '돌려막는' 부시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벌컨은 부시 행정부 출범 전에 훗날의 외교안보팀 구성원들이 모임을 가졌던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 있는 동상. 이들의 성향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 벌컨과 흡사하다는 뜻도 있다.
외교가에서 '마키아벨리스트'로 불리는 졸릭은 '신현실주의자(neo-realist)' 그룹으로 분류된다. 네오콘처럼 민주주의 확산 신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하버드대 로스쿨과 케네디스쿨 출신인 그는 1985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국무부 차관시절 옛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문제에 관여한 그는 부시 1기 행정부에선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7월 재무장관에 발탁되지 못하자 행정부를 떠난 뒤 골드만삭스의 경영자로 일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수단 경제제재 조치 발표도 그의 총재 지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수단 평화구상을 설계했다. 군사작전으로 이라크를 점령했다면 경제제재로 다르푸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듯하다.
부시 대통령은 내심 졸릭 지명자가 울포위츠 총재의 여자친구 특혜 스캔들로 흐트러진 세계은행 내 미국의 위상을 회복해 주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아프리카 빈곤퇴치 개혁안을 마련해 세계은행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