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월마트 경계령’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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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정수” “美일자리 中에 팔아넘긴다” 논쟁 재연

민주 후보들 노동자 의식 주식매각 등 관계정리 나서

월마트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워싱턴에선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전 세계 제품공급자 가운데 최저가로 최적기에 납품하는 곳을 선택하는 세계화의 정수’(톰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라는 극찬과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에 팔아넘기는 노동자의 적’(노동단체 AFL-CIO)이라는 혹평을 동시에 받아 온 할인매장 월마트가 그 중심에 있다.

▽대선주자들 잇따라 관계 정리=노동자의 지지를 놓칠 수 없는 민주당 후보들은 노동계의 눈총을 받아온 월마트와의 관계 정리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부인 미셸은 월마트의 거래업체인 ‘트리하우스 푸즈’의 이사직을 22일 사임했다. 저가판매를 강조해 온 월마트가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준다는 악명이 높아져 남편의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유다. 존 에드워즈 후보도 보유 중인 월마트 주식을 매각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1986년부터 6년간 월마트의 이사로 활동하고서도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이 경력을 뺐다가 망신을 당한 일이 있다. 월마트 본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인 아칸소 주에 위치해 있어 힐러리와 월마트의 인연은 각별하다. 그러나 힐러리 후보는 “월마트는 (할인구매의) ‘축복’과 (중국산 제품수입으로 생산기반을 잃은 기업 노동자가 겪는 일자리 상실의) ‘저주’가 뒤섞여 있다”고 평가했다.

월마트의 이미지가 이처럼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30일 내부 평가보고서가 공개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월마트의 홍보광고 전략자문사인 GSD&M이 지난해 10월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월마트의 할인-원스톱 쇼핑-수만 종의 상품 배치라는 3박자가 고가 구매 쇼핑객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돈 시간 쇼핑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구호 아래 월마트를 월마트답게 만든 요소가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다는 분석이었다.

월마트는 “오래전 보고서일 뿐”이라며 이를 평가절하했다. ▽몸살 앓는 중국=이처럼 지난 1, 2년간 월마트가 미국경제의 침체와 함께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정작 홍역을 치른 것은 중국의 제조업체다. 월마트는 연 180억 달러(약 16조원)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핵심고객. 이 공룡기업이 만약 국가라면 중국에는 제7대 교역상대가 된다. 그러나 월마트는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로 의류 실내장식물 재고가 20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어치나 쌓였다.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의류업체의 샤오 줄리앙은 몇 달 전 “내년 봄 시즌에는 수입 주문을 하나도 낼 수 없다”는 최악의 통보를 받았다. 잠옷 제조업체인 제지앙 푸룬도 지난해 연 300만 달러의 의류를 월마트에 수출했으나 이제는 주문이 끊겼다.

월마트의 대량구매로 미국기업을 무너뜨린 중국기업이 이제는 월마트의 판매 저조로 공장 기계를 멈출 지경이 됐다. 이 신문은 “월마트가 재채기를 하면 중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비유로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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