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마지막 남은 반(反)정부 민영 TV 채널 글로보비시온까지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자 독일 슈피겔 인터넷판이 29일 “TV 리모컨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반정부 성향의 민영 RCTV 방송을 정파하고 대신 국영 방송인 TVES에 전파를 넘겨준 것이 ‘합법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4시간 뉴스 채널인 글로보비시온을 거론하며 “진정제를 먹고 조용히 있지 않으면 내가 조용히 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8일 검찰에 글로보비시온의 수사를 의뢰했다. 이 방송이 1981년의 요한 바오로 2세 저격 사건을 방영하면서 “믿음을 가지라.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노래를 내보내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독려했다는 혐의다.
차베스 대통령에게 TV는 중요한 통치 수단이다. 그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던 1999년 국영 방송은 TV 채널 하나와 라디오방송 2개였다. 지금은 국영 TV 4개와 라디오방송 7개로 늘었다. 민영 방송사도 감히 차베스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슈피겔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항상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재방송도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진실’을 알고 싶은 베네수엘라 국민은 CNN이나 BBC의 보도를 참고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내친김에 CNN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CNN이 차베스 대통령과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의 모습을 나란히 방영해 차베스가 테러 조직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