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거두 황쥐 사망…후주석 권력공고 계기

  • 입력 2007년 6월 3일 17시 28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의 거두'이자 중국 공산당 정치권력 서열 6위인 황쥐(黃菊) 국무원 부총리가 2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권력은 상하이방의 몰락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권력기반이 보다 안정되는 '후진타오 중심' 체제로 서서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탁월한 영도자' 찬사=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는 2일 공동 명의로 발표한 부고를 통해 "황쥐 동지가 치료 노력에도 불구하고 2일 오전 2시 3분경(중국 시간) 베이징(北京)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중앙당국은 이날 황 부총리를 "중국 공산당의 우수 당원이며 오랜 시련을 극복한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이자 당과 국가의 탁월한 영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런 찬사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동안 무성했던 그의 비리 연루설을 일축하면서 동시에 후한 장례식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한다고 홍콩과 싱가포르의 언론은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황 부총리의 사망 사실을 그가 숨진 지 4시간여 만에 신속하게 공개했으나 155자의 짤막한 부고만을 발표했을 뿐 병명 등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홍콩 및 대만, 싱가포르 언론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2005년 말 췌장암에 걸렸으며 투병기간 중 공식 석상에 간헐적으로 모습을 보이다 올해 3월 7일 전국인대 상하이 대표단의 정부공작보고 심의에 참석한 게 마지막이었다.

홍콩 언론들은 황 부총리가 최근 30년간 재임 중 사망한 지도부의 최고위 인사로 장례가 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갈 정도로 후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유해는 혁명열사 묘지인 바바오산(八寶山)에 안치될 예정이다.

▽상하이방 몰락 재촉…후 주석 권력 공고화='상하이방의 좌장'으로 불려온 황 부총리의 사망은 그동안 몰락의 길을 걸어온 상하이방에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상하이방의 핵심'인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시 서기가 실각한 데 이어 '장 전 주석의 심복'으로 불리는 황 부총리의 사망으로 장 전 주석의 정치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 주석이 당 총서기를 장 전 주석으로부터 물려받은 2002년 11월엔 9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뤄간(羅干)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제외한 6명이 모두 상하이방 계열이었지만 지금은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후 주석 지지나 중립으로 돌아선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상하이방의 보이지 않는 견제를 받아온 후 주석은 올해 가을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권력의 심장부인 중앙정치국을 큰 어려움 없이 자신의 뜻대로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홍콩 언론들은 보고 있다.

권력 재편에서 핵심 포인트는 9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배치다. 중화권 언론들은 상무위원 교체 과정에서 상하이방이 크게 몰락하고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단파(團派·중국공산주의청년단 출신)'와 후 주석을 지지하면서 권력지분을 가진 쩡칭훙(曾慶紅)의 권력기반인 태자당 인맥이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황 부총리와 함께 자 주석과 리창춘(李長春), 우관정(吳官正), 뤄간이 물러나고 후 주석의 직계인맥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성장과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 성 서기, 단파이면서 태자당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시 서기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허궈창(賀國强) 중앙조직부장과 류엔둥(劉延東·여) 중앙통일전선부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권력심장부가 재편되면 후 주석은 '집권 후반기(2007~2012년)'에 장 전 주석의 '성장 우선' 정책과 달리 평등에 방점을 둔 '조화사회론' 등 자신의 국정이념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황쥐는 누구?: 저장(浙江) 성 자산(嘉善) 현 출신으로 1963년 칭화(淸華)대 전기제조학과를 졸업했다. 상하이 기계공장의 기술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공장장을 거쳐 1991년 상하이 시장에 임명됐다. 2002년 중앙정치무대에 진출해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를 역임했다. 푸둥(浦東)지구 개발로 상하이를 확고부동한 경제중심지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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