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도 쓰는데…" 美법원 저속어 금지

  • 입력 2007년 6월 5일 15시 49분


미 항소법원은 4일 욕설 등 저속어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TV방송국에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현행 방송 품위 기준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뉴욕 제2순회 항소법원은 FCC가 새로운 방송 품위 기준을 정하는데 있어 "자의적이고,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면서 품위 기준을 좀더 명확히 하도록 사안을 FCC로 돌려보냈다.

항소법원이 폭스, CBS, NBC, ABC 등 미국의 주요 4개 방송사가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방송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미 정부의 FCC가 채택한 품위 규정에 제동을 걸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2003년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록그룹 U2의 싱어인 보노의 저속어가 NBC방송의 전파를 탄 것을 발단으로 FCC는 짧게 내뱉거나 무심결에 흘러나온 비속어를 그대로 내보낸 방송국을 처벌하는 등 과거보다 더욱 엄격한 품위기준을 적용했다.

FCC는 저속어의 단순 발설에도 외설적인 내용이 담길 수 있으므로 품위 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 수십 년 간 유지해온 관대한 시선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이날 항소법원의 로스메리 풀러 판사와 피터 홀 판사는 판결문에서 "`짧게 지나가는 저속어'와 관련한 FCC의 새 기준은 과거 취했던 입장에서 상당히 일탈돼 있다"면서 "더욱이 FCC가 기준변경의 합당한 근거를 명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FCC의 새 기준은 자의적이고, 일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또 최근에는 정부 최고 지도자들조차 교묘하게 갖가지 저속어를 구사한 바 있다고 지적하고 방송사에만 엄격하게 이중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소법원은 그 사례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발언을 예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7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FCC가 거부감을 가질만한 점잖지 못한 단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TV화면에 잡혔고, 체니 부통령은 2004년 6월 당시 상원 법사위원인 패트릭 리히 의원(민주·버몬트주)과 말다툼 끝에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켰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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