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왜? 푸틴은 왜?…美-러 MD충돌 배경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계획을 놓고 마치 냉전시대의 낡은 필름을 다시 돌리는 듯한 거친 수사(修辭)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의 BBC,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서방언론과 워싱턴 국제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동유럽 MD 논란에 얽힌 궁금증을 짚어본다.

Q. 미국은 왜 체코와 폴란드에 MD 기지가 필요한가.

= 미국이 상정하는 주요 위협은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이다. MD 시스템은 레이더기지(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영국, 그린란드)+ 요격 미사일 발사시스템(알래스카, 캘리포니아) + 함상(艦上) 요격미사일 발사 시스템(130개)로 이뤄진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알래스카 기지 및 선상 시스템으로 방어하지만 이란 미사일의 유럽 국가 및 유럽 내 미군기지 공격에는 방어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Q. 러시아는 왜 그토록 민감한가.

= 러시아는 MD 기지가 결국엔 러시아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내서 미-러간 군사적 억제력의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서방에 너무 무르게 대응해 러시아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렸다는 내부의 민족주의적 감정도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동유럽 MD 기지 계획은 러시아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준인가.

= 미국이 계획하는 동유럽 MD 요격 미사일 발사 능력은 10개 규모다. 러시아의 고성능 미사일 수천 개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일단 미국이 동유럽에 발을 들여놓으면 요격 능력이 계속 늘어나고 성능을 개선하면 10년쯤 후엔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Q. 신(新) 냉전시대의 도래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 지나친 해석이다. 물론 상대의 의도를 적대적인 것으로 가정하는 불신은 과거와 비슷하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개선이 서방국가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아직도 멀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세계의 대립구도는 이미 '서방 주도의 질서 VS 종교적 근본주의 세력'간의 대립으로 바뀌었다.

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