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비속어 쓰는데…”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미국 법원이 “공중파 TV 출연자가 욕설을 했더라도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면 방송사가 처벌받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3일 판결했다. 그룹 ‘U2’의 리드 보컬 보노가 2003년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졸라’ 훌륭하다(really f**king brilliant)”라고 말한 것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면서 연방통신위원회(FCC)가 NBC 방송에 벌금을 부과한 데 대한 결정이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다. 뉴욕 제2순회 항소법원은 “기쁨이나 좌절감을 표현할 때 쓰는 이런 표현이 방송에서 툭 던져지듯 쓰였다면 성적(性的)인 의미를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같은 국가 지도자도 똑같은 표현을 썼는데 방송사에만 벌금을 매길 수는 없다”며 이례적으로 지도자의 언어습관을 거론했다. 지도자의 어휘선택이 FCC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공중파의 일탈을 잡으려는 노력을 가로막게 된 셈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러시아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난 쟤들(다른 유럽 지도자)처럼 ‘열라 길게(damn long)’ 발언하지 않을 거요”라고 말했다. 휴식시간에 나눈 사담이었지만 러시아 방송사 마이크에 잡혔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003년 한술 더 떠 의사당에서 야당 상원의원에게 “F**k yourself”라고 말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

뉴욕타임스는 “FCC의 보수적 TV 통제정책을 뒤집을 수 있는 주목할 만한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FCC 측은 항소의 뜻을 밝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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