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일본 총리 관저에서 열리는 약식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답변 스타일이 4가지 패턴으로 고정돼 간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지적했다.
취임 이래 일관된 패턴은 ‘∼하라고 지시했다’는 ‘지시 어필형’ 답변과 같은 말을 거듭하는 ‘반복형’ 두 종류. 여기에 내각 지지율이 상승 국면일 때는 ‘역질문형’이, 하락 국면에는 ‘저자세형’이 더해졌다.
일본에서 일상적인 총리 취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부터 카메라를 놓고 기자단이 둘러서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베 총리도 거의 매일 오후 6시 전후에 총리 관저에서 약 5분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5, 6개의 질문에 답한다.
아베 총리가 구사하는 ‘4가지 패턴’ 중 지지율이 상승 국면일 때 많이 보이는 것이 ‘역질문형’. 특히 헌법 개정 등 자신의 전공 분야나 자신이 집착하는 정책을 질문하면 그 기자를 쳐다보며 “그게 아니라고 보느냐”고 거꾸로 묻는다.
기본적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원 프레이즈(단문)형’ 답변에 비해 아베 총리는 ‘롱 프레이즈’의 설명조가 특징이지만 ‘역질문형’에서는 설명조가 사라지는 대신 강경하게 기자단의 질문을 자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총리 주변에서는 “기자와의 문답에 익숙해져 대응에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해석한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반복형’도 아베 총리의 특기다. 특히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일본군위안부 문제처럼 역사 인식과 관련된 질문에는 논리가 맞건 아니건 같은 답변을 연발한다. 자신의 발언이 즉각 세계를 한 바퀴 돈다는 점에서 언질을 주지 않겠다는 리스크 회피책이기도 하지만 “몇 번이고 말씀드렸다”를 반복하는 자세는 ‘총리의 설명 책임’을 고려할 때 불충분하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자신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싶을 때 얼굴을 내미는 방식은 ‘지시 어필형’. 교육이나 환경 문제에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된 연금문제나 ‘정치와 돈’ 문제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도 ‘지시했다’고 말해 지도력을 내세우려 한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최근에는 ‘저자세형’이 자주 눈에 띈다. 최근 날로 비판이 강해지는 연금 문제가 나오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5월 24일)”는 식으로 정중하게 답변한다.
한편 아베 총리는 4월 중순부터 기자회견에서 시선을 질문하는 기자 대신 TV 카메라에 고정한 채 답변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취임 초기에도 잠시 카메라를 응시했지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그만둔 바 있는데, 이 ‘카메라 시선’이 부활한 것.
아베 총리는 이유를 묻는 기자단에 “기자 여러분보다는 국민 여러분께 대답한다는 생각에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카메라에 눈을 맞추고 말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를 넘어 ‘징그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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