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권한 - 근무시간 절대 사용못해
올 3월 미국 하원 리크게이트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발레리 플레임 씨에게 “소속 정당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당당히 “나는 민주당원”이라고 답했다.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던 공직자가 공개리에 정당 가입 사실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워싱턴 풍경이다. 이처럼 미국에선 공직자의 정치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
실제로 장관 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 행정부 고위 공무원은 사실상 전원 정치적 임명직으로 분류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이 임의로 교체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있다. 이 밖에 분류상 ‘스케줄 C’로 불리는 중하위직 관리도 정치적으로 임명되며, 이들도 폭넓은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연방정부 및 주정부 공무원들도 공식 근무시간이 아니면 합법적인 정당 활동이 일부 가능하다.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존 애슈크로프트는 인준 청문회에서 미주리 주 법무장관이던 1984년 공무원들을 주지사 선거에 불법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선거자금 모금, 지지자와 기부자 접촉이 있었지만 모두 퇴근 후 또는 휴가 중에 이뤄졌다”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2001년 개정된 미 공무원법에는 공직자에게 허용되는 정치 행위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조목조목 정리돼 있다. 법의 핵심 정신은 가급적 정치 활동을 허용하지만 공직자의 권한, 시간, 공공자산을 활용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법 위반 때는 연방 특별검사실이 즉각 수사를 개시하도록 돼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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