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日교사들 ‘몬스터 부모’ 골머리

  • 입력 2007년 6월 12일 21시 19분


"매일 밤 9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한 학생의 부모에게 자식의 학교생활을 전화로 설명하는 생활이 반년이나 이어졌다."

"학생 아버지가 자기 부인(학생 어머니)을 아침마다 전화로 깨워달라고 요구한다. 안 해주면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

오사카(大阪) 시 교육위원회가 최근 '학부모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현직 교사들로부터 청취한 내용 일부다. 이들 사례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불평을 하는 학부모들이 일본 교육현장의 고민을 더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지적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부모를 '몬스터 부모'라고 부른다.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이들 '몬스터 부모'들은 '담임의 능력이 부족하니 바꾸어 달라' '우리 아이를 정규 체육선수로 해 달라' '졸업앨범에 우리 아이가 조금만 찍혔으니 앨범을 다시 제작해 달라'는 등 갖가지 무리한 요구들을 쏟아 놓는다. 반면 이유 없이 급식비를 내지 않는 부모도 늘어 가정에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자치제마저 생겨났다.

이 같은 학부모 대응에 쫓기는 교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이와테(岩手) 현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학교에 불만을 말해오는 학부모나 지역주민을 '선의의 제언자' '자기애형' '과도한 사랑형' '이해불능형' 등 10가지로 분류해 대처방법을 적은 매뉴얼을 만들고 이 매뉴얼을 공립학교에 배포했다.

도쿄 미나토(港)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트러블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부터 관할 41개 초중학교에 담당변호사를 두기로 했다고 11일 NHK가 보도했다. 250만 엔을 들여 5개 변호사 사무실과 계약을 맺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학교 교장이나 교사가 담당 변호사와 직접 상담한다.

'난처한 부모에 대한 대응'이라는 책을 펴낸 시마사키 마사오(嶋崎政男) 도쿄 다치카와(立川) 시립 제 1중학교 교장은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학부모가 10여 년 전부터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고학력 부모들이 늘어난 데 비해 교사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저출산으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방향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학교는 자신이 40분의 1(한 학급 정원)에 불과한 존재임을 처음으로 배우는 중요한 공공장소"라며 "학부모도 이를 함께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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