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 팥 등 34종 1679점 반환
농촌진흥청은 최근 미국 농업연구청과 미국이 보존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의 유전자원을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12일 경기 수원시 농진청 청사에서 두 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반환 행사를 가졌다.
이번에 돌려받는 품목은 콩(901점)을 비롯해 돌콩(351점), 녹두(108점), 팥(107점), 코끼리마늘, 산부추, 파속 등 34종 1679점. 모두 한반도 원산 품목이지만 현재는 한국에 없는 종자들이다. 이 중 280점은 이미 국내에 들어왔고 나머지도 올해 안에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를 위해 그동안 미국을 꾸준히 설득해 왔다.
농진청은 2002년 미 농업연구청과 농업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난해 미국과 유전자원 반환 및 공동연구, 연구원 교류 등에 합의했다.
미국은 올해 2월 “한국 원산의 종자 6000여 점을 보관 중”이라고 통보해 왔고 한국은 정부가 갖고 있지 않은 품목들을 모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농진청 국제기술협력과 김대일 농업연구사는 “미국이 처음엔 약간 주저했지만 ‘양국 간 기술협력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계속 설득했다”고 말했다.
○ 일본 등에도 반환 요구 추진
선진국들은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채집해 간 유전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품종 개발과 연구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명한 ‘미스킴 라일락’은 서울 북한산에서 자생하던 ‘정향나무’가 건너가 개량된 것이며, 서양의 크리스마스트리에 사용되는 구상나무도 20세기 초 유럽으로 유출된 한국 토종 식물이다.
농진청 측은 “이번 성과가 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유사한 형태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 지난달 정부 승인 없이 농업 유전자원을 국외로 빼돌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농업 유전자원의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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