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파타당과 하마스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1일부터 곳곳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사흘 동안 6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에 맞서는 ‘테러조직’이었던 하마스는 지난해 1월 총선에서 처음 집권에 성공한 후 올 3월에는 상대 정파인 파타당에 소속된 6명을 각료로 임명하는 등 공동내각을 구성했다.
하지만 양측은 정부 운영과 보안군 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무장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2일 가자지구 북쪽의 파타당 보안군 본부를 점령하고 이 지역 일대를 사실상 장악한 하마스 소속 군대가 13일에는 남부로 진출해 파타당 보안군과 곳곳에서 교전을 벌였다.
파타당 보안군 건물은 폭탄 공격으로 파괴됐고 이날 하루만 민간인을 포함한 최소 17명이 숨졌다. 하마스 군대는 13일 파타당 보안군 측에 17일 오후 7시까지 무장을 해제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양당의 충돌은 11일 파타당 계열 무장단체인 알아크사의 지도자 자말 아부 알자디안이 하마스 무장요원들의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납치된 하마스의 파이디 샤바네 교통부 차관은 파타당 측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에는 파타당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이 각료회의가 열리던 내각 청사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어 12일 아침에는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의 자택이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하마스는 파타당 계열인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군대가 거주하는 건물 두 곳을 폭격해 맞대응 수위를 높였다.
아바스 수반은 13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 광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나라를 추한 내전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니야 총리는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양측의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타당 소속 각료들은 유혈충돌이 중단될 때까지 내각 활동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동내각이 붕괴되면 새 내각 구성이나 조기 총선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마스 측은 “우리는 파타당을 향해 쏠 200만 개의 총알을 갖고 있다”며 강경한 뜻을 밝혔다.
국제사회는 내전이 본격화될 경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논의가 무산될 뿐 아니라 주변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분열을 틈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