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이라크 등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던 폭탄 테러가 최근 연쇄 다발적으로 발생한 데다 그 강도도 점점 세져 정세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레바논에서는 강경파 반(反)시리아 인사인 왈리드 에이도(64) 의원이 베이루트 북부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 사고로 그의 큰아들(35)을 비롯해 9명이 목숨을 잃었고 11명이 부상했다. 지난 한 달간 레바논에서 6번째 발생한 폭탄 테러다.
에이도 의원은 2005년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측근. 사건이 발생한 시점도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 규명을 위한 국제법정 설립이 본격화된 직후여서 시리아 배후설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법정 설립을 둘러싼 친-반시리아 정파 간 대립이 심해지는 가운데 터진 이 사건은 레바논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더구나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최근 벌어진 정부군과 민병대 간 유혈충돌로 벌써 140명이 사망하면서 치안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같은 날 이라크에서는 시아파의 3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아스카리야 사원이 폭탄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 이라크 정부는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조사 중이다.
수니파 거주 지역에 있는 이 사원은 지난해 2월에도 폭탄 공격으로 크게 파괴됐다. 당시 시아파 무장세력들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유혈충돌로 확산됐다.
종파 간 보복전의 재연을 염려한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은 신속히 “맞대응하지 말고 침착하라”는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바그다드에 무기한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사원 근처에는 군과 경찰을 추가 배치했다. 미군 측에는 병력 증파와 비상경계태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 간 유혈분쟁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파타당과 충돌한 하마스 소속 군대는 전날 가자 북부에 위치한 파타당의 보안군 본부를 장악한 데 이어 이날은 가자지구 중심까지 공격했다. 주초부터 시작된 교전 중 사망자는 70명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 유엔은 가자지구에 다국적군 파견을 검토 중이다.
한편 최근 공개된 유엔 내부 보고서는 “서방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퇴임한 알바로 데 소토 전 유엔 중동 특별조정관이 작성한 53쪽의 ‘임무 종료 보고서’에서 그는 미국의 근시안적 중동 정책을 비판하며 유엔이 미국과의 협력을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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