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에너지전쟁]국력은 油井에서 나온다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지구촌에 총성 없는 에너지 쟁탈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은 카스피 해에서 아프리카 대륙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원 확보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올 5월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유럽과 미국의 가스관 건설 계획에 쐐기를 박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확보를 위해 국운을 건 총력 외교를 펼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을 크렘린으로 초대해 공을 들인 끝에 러시아 루코일은 영국의 BP를 제치고 카스피 해 연안 투르크메니스탄 해역에서 대규모 유전 개발권을 따낼 수 있었다. 》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쟁탈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만들고 경쟁자에게는 엄포도 서슴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과 만나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내린 경제 제재를 풀겠다”고 말했다. 그루지야가 카스피 해 자원 수송의 중심지로 부상하자 유화 정책으로 급히 돌아선 것이다.

이에 앞서 4일 크렘린 담화에서는 “영국과 러시아 합작 석유기업인 TNK-BP가 갖고 있는 동시베리아 코빅타 가스전 개발권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계획에 동조하는 영국 등 유럽 국가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에너지를 지렛대로 자국의 국제 정치적 영향력을 내세워 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 아프리카 공들이는 中 ‘에너지 블랙홀’
- 갈수록 거센 러시아 ‘가스입김’
- 태양, 물…“新에너지 뭐든 잡아라”
- 스웨덴 “2020년부터 석유 안 쓴다”
- 자린고비 일본
- 흥청망청 미국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등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촉발된 ‘에너지 비상사태’의 그림자는 유럽을 비롯한 지구촌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열강의 에너지 패권 각축으로 인해 에너지 공급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 간다. 에너지 소비국들이 애써 확보한 개발권이 반대급부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는 강대국 쪽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 공급국과 소비국 간의 ‘권력 이동’ 현상이 중동 유라시아 아프리카로 번져가고 있다.

중국은 올 5월 상하이에서 개최한 아프리카 53국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에서 중국은 앞으로 3년간 2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지도부가 아프리카 대륙 공략에 목을 매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공격적인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대해 서방 일부에서는 ‘신제국주의’라며 경계하고 있다.

올 4월 미국 뉴욕 주 웨스트포인트의 대테러리즘 강의실에서는 교관이 “왜 우리가 이라크에서 싸우느냐”고 묻자 “석유자원에 대한 안전성 확보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라크전쟁이 석유 전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 에너지 공급국은 탈냉전 이후 질주해 온 미국의 독주에 대해 ‘반미(反美) 에너지 연대’를 이룩해 견제하려는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미국 외교정책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는 미국 외교협회(CFR)는 지난해 10월 ‘해외 에너지 의존이 미국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특별 보고서를 내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미국의 이해관계와 출동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분류했다.

한편 에너지 전쟁에서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는 소비국들도 에너지 수입원 대체 통로 모색과 원전 건설 재개, 재생에너지 개발 등으로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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