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찾은 일본 도쿄(東京)의 신마루노우치 빌딩에는 이 같은 문구의 붉은 바탕 광고물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4월 말에 개장했으니 ‘경축(慶祝)’이나 ‘환영합니다’ 정도면 될 것을, 운동경기장에나 어울릴 법한 선동적인 카피를?
운전하기도 힘들 정도로 때 아닌 폭우가 퍼부은 데다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이 빌딩 5, 6층 식당가 곳곳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몇 년 뒤 서울의 미래를 보여 준다는 도쿄 부동산 시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역 경쟁 촉발한 복합개발
동행한 모리(森)빌딩주식회사 직원의 말을 듣고서야 광고 문안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신마루노우치 빌딩을 통해 비로소 롯폰기(六本木) 지역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을, 이 건물을 지은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가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쿄는 현재 개발 경쟁 중이다. 동네 간 경쟁을 통해 도쿄 최고의 상업 업무 주거 타운으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가장 치열한 경합은 도쿄역 부근 업무 중심지인 마루노우치(丸の內)와 유흥업소 밀집지였던 롯폰기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로 치면 종로와 이태원 정도다.
포문은 롯폰기가 먼저 열었다. 2003년 모리빌딩이 지은 54층 높이의 롯폰기힐스가 들어서면서 ‘복합개발’을 통한 도시 활성화의 모델을 보여 줬다. 재개발을 통해 업무 시설과 고급 주거 공간, 쇼핑 상업 시설이 한곳에 밀집된 형태다.
이어 올해 3월 30일 미쓰이(三井)부동산이 롯폰기힐스와 층은 같지만 5m 더 높은 도쿄미드타운(248m)을 완공했다.
환락가였던 롯폰기는 이로써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업무 상업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마루노우치 개발은 미쓰비시지쇼가 주도하고 있다. 이미 그룹 본사인 마루노우치 빌딩(36층)이 있었지만 올해 4월 27일 바로 옆에 신마루노우치 빌딩(37층)을 완공했다.
신마루노우치에는 평일에도 10만 명 이상이 몰린다. 4층까지는 최고급 명품 몰, 5층과 6층은 식당가, 그 위로는 사무실이다. 식당가는 도쿄의 뒷골목 느낌이다. ‘도시 속 도시’가 재현됐다.
○외곽에서 도심으로 회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은 버블 붕괴 이후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중국 상하이(上海)나 싱가포르, 서울의 추격을 받고 있는 도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심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 단, 그간의 정책과 다른 점은 민간의 자율성을 철저히 인정했다는 점이다.
롯폰기힐스나 미드타운은 건물 안에 미술관을 유치하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미니 도시’를 짓고 있다. 모리빌딩은 올해 초 롯폰기힐스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경쟁 건물인 미드타운 내 식당을 대거 소개했다. 자사(自社) 이기주의보다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계산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롯폰기힐스에는 골드만삭스, 리만브러더스, 야후저팬 등 다국적 기업들이 입주했고 미드타운에는 코나미, 후지필름 등 일본의 전통 대기업이 사무실을 두고 있다.
모리빌딩의 컨설팅 담당 자회사인 모리도시기획의 이시하라 도시히사(石原稔久) 부장은 “한국도 앞으로는 도심 내 일정 공간에서 일하고 즐기며 거주하는 형태의 생활이 일반화될 것”이라며 “현재 초기 단계인 복합개발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도쿄=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