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대통령이 반미(反美)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경제 분야만큼은 양국 간 교류가 확대되는 추세며 미국 기업들은 차베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 중이라고 비즈니스위크 최근호(25일자)가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메이드 인 USA’ 제품을 90억 달러어치 수입했다. 전년도에 비해 41%나 늘어난 수치다.
차베스 대통령이 ‘21세기 사회주의’를 완수한다며 빈곤층에 현금을 지급하는 등 막대한 오일달러를 아낌없이 쓰면서 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3년 동안 베네수엘라 경제는 고유가 덕택에 연 11∼12%씩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에 소비는 이보다 훨씬 높은 18%씩 성장했다.
이처럼 내수 호황이 이어지는 현실을 이용해 미국 기업은 코카콜라와 치약에서 자동차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을 베네수엘라에 판매한다.
인텔은 차베스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차베스 정부가 학교와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국민 PC’ 공급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친 덕분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올해만 PC를 30만 대 정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매출은 전년도 대비 15% 늘었다. 인텔은 올해도 이 정도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카콜라도 올해 1분기(1∼3월) 베네수엘라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나 증가했다. 정부의 현금 지급 정책으로 서민층 주머니가 두툼해진 것이 이유로 분석됐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베네수엘라에서만큼은 최대 호황을 구가한다. 베네수엘라에 공장이 있는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 대비 52% 늘었다. 또 미국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포드자동차의 베네수엘라 수출은 2005년도의 3배에 달했다.
이처럼 양국 간 교역이 늘면서 베네수엘라는 대미 무역 규모에서 브라질을 제쳤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510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중남미에서 미국의 최대 교역국은 멕시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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