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의 관타나모’ 결국 문닫나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미국이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곧 폐쇄할 확률이 높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 마이클 매코널 국가정보국장 등이 22일 백악관에 모여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계속돼 왔지만 체니 부통령과 곤잘러스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의 강한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수감자가 변호사와 접촉하거나 일반법정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원천봉쇄한 채 무기한 구금하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적들에게 보장해 줄 필요가 없는 법적 권리”라고 맞서왔다.

하지만 높아가는 비판 여론 속에 지난해 미 대법원에 이어 최근 군사법원이 잇달아 관타나모 수용소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결을 내놓아 폐쇄 논의의 계기가 마련됐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결정이 내려지면 현재 수감돼 있는 375명은 미 본토의 군 구금시설로 이송돼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안으로는 캔자스 주의 포트리븐워스 군 교도소가 거론된다. 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수용시설을 새로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 보도가 나가자 예정됐던 회의를 취소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와 관련된 어떤 결정도 임박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도 폐쇄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이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수용소 폐쇄를 위한) 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며 논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의회에서는 다수당인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도 폐쇄에 찬성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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