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골라서 가라” 空교육 부순 公교육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일본 도쿄 시나가와 구 다치아이초등학교의 성취도별 수업 장면. 시나가와 구의 초등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비슷한 그룹으로 나뉘어 수준에 맞는 보충 심화학습을 받는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일본 도쿄 시나가와 구 다치아이초등학교의 성취도별 수업 장면. 시나가와 구의 초등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비슷한 그룹으로 나뉘어 수준에 맞는 보충 심화학습을 받는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공교육 개혁 논의가 한창인 일본에서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 구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원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일본 전체의 교육개혁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던 학교선택제를 시나가와 구가 2000년 전격 시행한 이후 이 제도는 도쿄 대부분의 지자체로 급속히 확산됐다. 또 지난해부터 시나가와 구가 일본 최초로 도입한 초중일관교육에 대해서도 문부과학성 등 교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나가와 구 주택가에 위치한 다치아이(立會)초등학교에 들어서자 학교 밖의 한적함과 대조적으로 떠들썩함이 일시에 느껴졌다.

17개의 교실에는 빈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책상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주인 없는 빈자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00년만 해도 이 학교는 학생이 263명에 불과해 교실을 비롯한 학교시설의 절반가량을 묵혔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다른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 공동화(空洞化)’가 급속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치아이의 현재 학생수는 7년 전의 2배가 넘는 539명으로 늘었다.

○학교 공동화는 남의 일

학교 주변 인구가 불어난 것도 아닌데 이처럼 학생수가 급증하게 된 계기는 학교선택제.

제도 시행 직후 부임한 호시노 유타카(星野豊) 교장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도 다치아이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줄을 잇게 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통학거리 등을 감안한 종전의 ‘지정제 방식’에 따르면 다치아이가 받을 수 있는 학생은 69명. 하지만 시나가와 구 내의 다른 학구(學區)에 있는 학생 51명이 다치아이 진학을 희망했다. 반면 4명은 다른 학구에 있는 학교로의 진학을 희망하기도 해 최종적으로는 106명이 다치아이에 입학했다.

외국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상사원이 다치아이에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해 일부러 학교 옆에 집을 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기초학력 향상과 개성이 인기 비결

호시노 교장은 “우리 학교의 특징은 1일 도쿄대생 되기, 모내기·벼베기 체험, 상가 체험 등 학생들이 사회를 직접 접하고 느낄 기회가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체험 학습을 많이 하면 교과시간이 부족한 게 문제”라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업시간을 10%가량 늘리고 여름방학 때도 수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일 15분씩 계산 연습과 한자 익히기를 반복 학습하는 ‘다치아이의 시간’도 기초학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학교선택제 시행 전 시나가와 구 40개 초등학교 가운데 20위권이던 다치아이 학생들의 학력은 상위 10% 이내로 올라섰다.

학부모에게 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도 다치아이의 인기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수십 명의 학부모가 학부모실, 도서관, 교실 등을 오가며 자원봉사를 하거나 유리창 너머로 수업장면을 지켜본다.

호시노 교장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한 학부모가 아무 거리낌 없이 교장실에 들어와 한바탕 수다를 떤 뒤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시나가와 구 교육개혁 벤치마킹 줄이어

학교선택제 등 개혁조치를 도입하기 전 시나가와 구의 학력은 도쿄의 지자체 중 바닥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도쿄도교육위원회 조사결과 초등학교 4학년 평균점이 23개 구 중 12위로 올라섰다.

구교육위원회가 실시하고 있는 자체 학력조사에서도 기준 점수를 초과한 학생의 비율이 국어의 경우 2003년 73.5%에서 2006년 83.7%로, 산수의 경우 73.1%에서 79.2%로 높아졌다.

시나가와 구의 교육개혁을 벤치마킹하려는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구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한 곳씩을 통합해 설립한 히노(日野)초중일관교에는 중앙부처와 다른 지자체, 외국의 교육당국 등에서 연간 수백 명이 견학을 목적으로 방문했다.

물론 시나가와 구의 교육개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심지어 도쿄 도에 근무하는 일부 초중학교 교사들은 시간외근무 등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시나가와 구 전근을 ‘유배’처럼 여기고 있다.

그러나 호시노 교장은 “시나가와 구가 선도적으로 실시한 학교선택제와 학력평가제도를 지금은 도쿄 도내 대부분의 학교가 뒤쫓아 왔다”면서 “개혁에 뒤처지면 결국에는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몇 배의 힘이 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학교 선택제::

진학할 학교를 교육 당국이 지정(지정제)하지 않고 학부모와 학생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 현재 선택제에 따른 입학생 비율은 초등학교가 25%, 중학교가 35%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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