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젊은 정상, 문제는 퇴임 이후라네”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정상에 오르는 것 못지않게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의 부쩍 젊어진 ‘정상’들에게 특히 그렇다.

중동 특사의 힘든 일을 시작하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퇴임 후가 2년 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퇴임 후와 사뭇 비교된다.

27일 현직에서 물러난 블레어 총리는 이날 의원들과의 마지막 회동에서 자신이 받았다는 서류를 공개했다. “인적사항, 성=블레어, 이름=토니… 이 서류는 중요하니 잘 간직하시오. P45(영국에서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경우 받는 서류).”

물론 유머다. 그는 총리에서 물러난 사람으로는 전례 없이 유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의 중동 특사로 선택됐다. 무려 10년간 영국을 통치했지만 아직도 54세에 불과하다. ‘실업자’로 회고록이나 쓰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환영했다.

물론 하마스가 마땅찮은 반응이었고 서방 언론도 부시 대통령의 ‘푸들’이었던 블레어 전 총리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을 표시했다.

어쨌든 블레어 전 총리는 기대와 의문의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쉽지 않은 일을 시작한다.

슈뢰더 전 총리도 2005년 퇴임 당시 여전히 활력이 남아 있는 61세였다. 그러나 그는 퇴임 직전 러시아의 가스를 독일에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하고 퇴임 직후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이 51%의 지분을 가진 ‘북유럽가스파이프라인(NEGP)’의 회장이 됐다.

당시 톰 랜토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거액을 받는 그를 정치적 창녀라고 부르고 싶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그 뒤에도 유럽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가 소유의 스위스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동유럽의 독재국가 벨로루시를 옹호해 계속 비난을 샀다.

2001년 55세로 퇴임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뛰어난 말솜씨로 각종 자선단체와 기업에서 연설을 해 사회 기여도 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2007년까지 그가 벌어들인 연설 수입은 4억 달러(약 3800억 원)에 이르지만 그렇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함께 인도양 지진해일,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를 돕는 거액의 모금 활동도 벌인 바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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