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내수엔 强수출엔 弱’ 러 기계산업의 명암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모스크바 북부 레닌그라드스키 대로(大路)에서 산업용 공작기계를 판매하는 드미트리 하리첸코 씨는 요즘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 공무원들과 매일 만난다.

그는 “항공 우주 자동차 제작에 사용되는 기계 주문이 갑자기

늘었지만 어느 기계를 수입하면 관세 혜택을 받고, 어느 기계가 판매 금지 품목인지 알 수 없어 공무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하리첸코 씨의 주문에 따라 한국 및 일본 기업에서 기계를 사들이고 있는 한국 교민 김모(55) 씨는 지난해까지 대기업의 모스크바 지사장을 지냈으나 올해 1월 가게를 하나 따로 차렸다. 김 씨는 “올 1분기(1∼3월) 러시아 기계 산업 활황으로 가게 유지비 1년치에 해당하는 수입 대행 수수료를 챙겼다”며 “철 가공 장비는 러시아 제품이나 외국 제품 가릴 것 없이 시장에 내놓자마자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 조사 결과 기계 설비 산업은 1분기 러시아 제조업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비철금속 가공용 기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량이 230% 증가했으며 발전용 터빈 제작도 152% 늘어났다. 기계 산업 활황으로 러시아의 1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지난해 3%에서 올해 12.5%로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러시아 전력 공급 독점 회사인 통합에너지시스템(UES) 등 대형 국영기업의 주문이 크게 늘어 기계 산업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기계 산업 성장으로 제조업이 활기를 찾자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과 같은 경제 관료들은 크렘린에서 산업 지표를 보고할 때마다 칭찬을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크렘린 고위층은 제조업의 활황으로 러시아가 중동 국가와 같은 자원 의존형 국가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그레프 장관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레프 장관은 이런 기대를 등에 업고 “러시아에 없는 기계와 장비를 수입하면 관세 면제 혜택도 주겠다”며 기계 산업 부양 정책을 수시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기계 산업은 내수용으로 국한돼 있어 올 3분기부터 대형 국영업체의 주문이 줄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기계 산업이 수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내수 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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