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회장은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위해 20만 달러를 모금한 골수 공화당 지지자. 그러나 올해 초 그는 결국 힐러리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1년에 걸친 ‘삼고초려’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힐러리 의원 측은 “민주당 집권에 불안감을 느끼는 기업인과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지지하니 믿을 만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미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과거 어느 대선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천 최신호(7월 9일자)가 전했다.
대선주자들의 구애는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힐러리 의원의 예처럼 오랫동안 상대 진영을 지지해 온 CEO를 빼오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단지 돈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대선주자들의 선거자금 모금활동은 대형 기부자 중심에서 벗어나 소액 기부자들에게서 자금을 많이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많은 기부금을 내는 기업인과 열성 지지자들이 대부분 1인당 모금 한도액인 2300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액수를 뛰어넘어 저명한 CEO 한 명을 확보하면 그의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CEO들의 화려한 면면을 통해 ‘후보가 경제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이미지도 굳힐 수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이번 대선 구도도 한 가지 요인이다. 과거에는 ‘기업인=공화당’이라는 등식이 확고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인기 하락으로 CEO들의 마음이 흔들린 틈을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파고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심지어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해리 슬로언 MGM 회장은 “힐러리,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물론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 등 민주당 마이너 대선주자에게서도 러브콜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의 끈질긴 구애 속에서도 많은 기업인이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섣불리 한쪽 편을 들 경우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판매 부진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여러 후보에게 동시에 지원금을 보내며 저울질을 하는 기업인도 많다고 포천은 보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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