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원 우대시대 끝났다”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인 중국에서 ‘탈(脫)공산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어떤 당적도 없는 무당파 천주(陳竺) 사회과학원 부원장을 위생부장(장관)에 임명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4월 28일 소수 민주당파인 완강(萬剛) 치공당(致公黨) 부주석이 과학기술부장에 임명된 데 이어 공산당적을 갖지 않은 장관이 두 번째로 탄생한 것.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86주년이었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앙방송(CCTV) 등 중국 언론은 최근 창당 기념 내용보다 비공산당원 장관 임명의 의미를 더 부각하는 모습이다. ‘공산당 일당 지배 국가’임이 무색한 시대 변화를 보여 준다.

▽비공산 인물 등용, 중앙 지방정부 확산=중앙 정부 장관급 26명 중 비공산당원 장관은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당파 인물을 장관급에 임명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29년 만이다. 신화통신은 “정부 운영에서 당적이나 이념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당외 인물 등용을 확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비공산당원 인물 등용은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2005년 3월 발표한 ‘공산당 지도 아래 다당협력 및 정치협상 제도 건설을 위한 의견’이 기폭제가 됐다.

공산당 통일선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비공산당원은 중앙 정부 간부 중 19명이다. 전국 성 시 현 향 각급 인대(지방의회) 대표 약 320만 명 중 5.3%가량인 17만 명이 비공산당원이다.

또 31개 성 시 자치구 중 27곳에 비공산당원 부성장이나 부주석이 있다. 시(市)급은 90%, 현(縣)급은 87% 이상이 비공산당원 부시장이나 부현장을 두고 있다. 중앙 및 지방의 법원과 검찰원에도 비공산당원이 6000명가량에 이른다.

올해 초 베이징(北京) 시가 뽑은 14명의 부국장급 이상 간부 중에도 비공산당 인물이 60%인 10명을 차지했다.

▽당이나 이념보다 실력과 실용=천 위생부장은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 석사와 프랑스 파리7대학 박사학위를 가진 혈액 질환 권위자이며 부모와 부인이 모두 의료계에 몸담고 있다.

상하이퉁지(同濟)대 총장 출신인 완 과기부장은 공학박사로 독일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사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퉁지대 자동차대학원 원장으로 재직한 자동차 전문가. 중국 자동차 산업 진흥에 기여한 공로와 지도력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중국 공산당 홈페이지는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유능한 비공산당원 인물을 적극 유치해 등용하는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통치 이념인 ‘과학 발전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1949년 건국 직후 4명의 부총리 중 2명이 당외 인사였던 점을 들어 비공산당원 등용이 ‘오랜 역사’를 가졌다면서 능력만 있으면 비공산당원 인물 등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산당 일당 지도체제를 견지해 온 중국에서 이 같은 ‘정부와 지방 간부의 탈공산당화’에 대한 염려도 없지 않다.

신화통신은 당외 인사의 잇단 부장급 임명으로 중국이 새로운 도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신임 당외 인사들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론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 후 주석의 과학 발전관 등을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로버트 로렌스 쿤(스미스바니 씨티그룹 전무) 씨는 ‘중국을 변화시킨 거인 장쩌민’이란 책에서 “중국 공산당도 탈이념화하고 있으며 서구 개념의 집권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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