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어떤 당적도 없는 무당파 천주(陳竺) 사회과학원 부원장을 위생부장(장관)에 임명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4월 28일 소수 민주당파인 완강(萬剛) 치공당(致公黨) 부주석이 과학기술부장에 임명된 데 이어 공산당적을 갖지 않은 장관이 두 번째로 탄생한 것.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86주년이었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앙방송(CCTV) 등 중국 언론은 최근 창당 기념 내용보다 비공산당원 장관 임명의 의미를 더 부각하는 모습이다. ‘공산당 일당 지배 국가’임이 무색한 시대 변화를 보여 준다.
▽비공산 인물 등용, 중앙 지방정부 확산=중앙 정부 장관급 26명 중 비공산당원 장관은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당파 인물을 장관급에 임명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29년 만이다. 신화통신은 “정부 운영에서 당적이나 이념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당외 인물 등용을 확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비공산당원 인물 등용은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2005년 3월 발표한 ‘공산당 지도 아래 다당협력 및 정치협상 제도 건설을 위한 의견’이 기폭제가 됐다.
공산당 통일선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비공산당원은 중앙 정부 간부 중 19명이다. 전국 성 시 현 향 각급 인대(지방의회) 대표 약 320만 명 중 5.3%가량인 17만 명이 비공산당원이다.
또 31개 성 시 자치구 중 27곳에 비공산당원 부성장이나 부주석이 있다. 시(市)급은 90%, 현(縣)급은 87% 이상이 비공산당원 부시장이나 부현장을 두고 있다. 중앙 및 지방의 법원과 검찰원에도 비공산당원이 6000명가량에 이른다.
올해 초 베이징(北京) 시가 뽑은 14명의 부국장급 이상 간부 중에도 비공산당 인물이 60%인 10명을 차지했다.
▽당이나 이념보다 실력과 실용=천 위생부장은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 석사와 프랑스 파리7대학 박사학위를 가진 혈액 질환 권위자이며 부모와 부인이 모두 의료계에 몸담고 있다.
상하이퉁지(同濟)대 총장 출신인 완 과기부장은 공학박사로 독일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사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퉁지대 자동차대학원 원장으로 재직한 자동차 전문가. 중국 자동차 산업 진흥에 기여한 공로와 지도력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중국 공산당 홈페이지는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유능한 비공산당원 인물을 적극 유치해 등용하는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통치 이념인 ‘과학 발전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1949년 건국 직후 4명의 부총리 중 2명이 당외 인사였던 점을 들어 비공산당원 등용이 ‘오랜 역사’를 가졌다면서 능력만 있으면 비공산당원 인물 등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산당 일당 지도체제를 견지해 온 중국에서 이 같은 ‘정부와 지방 간부의 탈공산당화’에 대한 염려도 없지 않다.
신화통신은 당외 인사의 잇단 부장급 임명으로 중국이 새로운 도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신임 당외 인사들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론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 후 주석의 과학 발전관 등을 깊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로버트 로렌스 쿤(스미스바니 씨티그룹 전무) 씨는 ‘중국을 변화시킨 거인 장쩌민’이란 책에서 “중국 공산당도 탈이념화하고 있으며 서구 개념의 집권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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