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빌팽 전 총리는 2004년 외교장관 재직 시절 이른바 ‘클리어스트림 사건’으로 불리는 사르코지 음해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빌팽 전 총리는 10일 성명을 통해 “2004년 당시 외교장관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앙리 퐁, 장마리 뒤 수사판사는 지난주 드빌팽 전 총리의 집과 사무실을 잇달아 수색해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수사판사란 검사(檢事) 기능까지 갖춘 판사를 말한다.
드빌팽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에도 이들로부터 17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엔 단순 증인 신분이었지만 이번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클리어스트림 사건은 2004년 익명의 투서에서 시작됐다. 2001년부터 불법 무기 거래 커미션 의혹과 관련해 룩셈부르크 금융기관인 클리어스트림의 계좌를 조사하던 르노 밤 왐베케 수사판사는 당시 재무장관인 사르코지 씨 등 유력 정치인들이 클리어스트림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다는 투서를 받았다.
수사 결과 투서 내용은 허위로 판명됐다. 왐베케 수사판사는 이를 음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퐁, 뒤 수사판사에게 사건을 넘겼다.
이 무렵 드빌팽 당시 외교장관은 정보요원 필립 롱도 씨에게 사르코지 씨의 계좌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롱도 씨가 사르코지 씨 비밀 계좌의 존재를 의심하자 그는 다른 정보요원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 장 피에르 라파랭 당시 총리에게는 주간 르푸앵이 사르코지 씨의 이름을 보도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
수사판사는 최근 롱도 씨가 파기한 컴퓨터 자료를 복원한 결과 드빌팽 전 총리가 ‘사르코지를 흔들라’는 지시를 측근에게 내렸다고 쓰인 문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드빌팽 전 총리는 ‘정적인 사르코지 씨를 견제하기 위해 비밀 내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시라크 전 대통령도 수사선상에 있지만 “면책특권을 지닌 대통령이 재임 시절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받을 수 없다”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드빌팽 전 총리는 소환되면 묵비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그는 장관 업무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일반 법원이 아니라 특별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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