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지난해 11월 27일 BBC1이 방송한 ‘블루 피터’. 자사의 일일 드라마 ‘이스트 엔더스’의 등장인물에 관한 문제를 낸 뒤 유료 전화로 정답을 맞힌 어린이에게 장난감을 주는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4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전화 접속을 했지만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정답자를 가려내기 어렵게 되자 제작진은 편법을 썼다. 마침 프로그램 스튜디오에 견학 온 여자 어린이에게 “런던에서 전화한다”며 거짓으로 전화를 걸어 정답을 말하게 한 것.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스튜디오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제보자가 올 3월 BBC의 시청자 제보 코너에 알리면서 탄로가 났다.
BBC는 사과 방송을 내보내고 모든 참가자에게 전화요금(10펜스)을 환불한 뒤 퀴즈 대회를 다시 열었다.
그러나 영국의 방송 통신 규제기구인 오프콤(Ofcom)은 BBC에 첫 벌금 부과라는 결정을 내렸다. 오프콤은 “BBC가 공정 경쟁 원칙을 저버린 데다 제작상의 편의를 위해 어린이를 공범으로 만들어 프로그램을 조작한 것은 아동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제작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청료를 내는 국민을 대표해 BBC를 감독하는 기관인 BBC 트러스트는 “BBC의 문화는 시청자들을 현혹하려는 어떠한 제안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BBC 트러스트는 공영방송이 유료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문제의 적정성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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