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서울대 국제하계대학에 입학한 재미교포 2세 중 상당수는 하버드대, 코넬대, 조지워싱턴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애머스트대 등 미국의 명문대에 재학 중인 미국 내 한인사회의 ‘차세대 리더들’이다.
이들 중 14명이 11일 본보 기자와 만나 ‘재미교포 2세들의 꿈과 희망’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미국 사회에서 진출 분야가 다양해져야
“이제는 의사보다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 등이 나와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미국 주류 사회에서 한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우수한 능력을 가진 재미교포 2세들의 진출 분야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 1.5세인 조승희였다는 것에 대해 일반 미국 국민은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주류 언론은 유달리 ‘Korean American(한국계 미국인)’을 강조했다.
언론계를 비롯해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한국인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국제변호사를 꿈꾸는 에런 리(19·조지워싱턴대 2년) 씨는 “한국인 교포 1세들은 미국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데만 신경을 썼고 자식들도 리더보다는 부자가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인종적 편견이나 사회적 불평등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영향력이 없는 상태”라며 “이젠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외교관 등을 배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앤드루 정(19·애머스트대 2년) 씨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아시아계 전체가 조승희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교포 2세 출신의 언론인 정치인 외교관 등이 늘어나면 아시아계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교포 2세의 성장을 위해선 한국이 더 발전해야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성공적인 사회활동을 위해서는 한국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 등 한국이 발전하고 미국과 밀접해질수록 자신들의 활동 무대도 넓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미교포 2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제하계대학에 수강 중인 학생 107명 중 45명이 재미교포 2세일 정도.
국제학을 전공하며 한국 전문 외교관을 꿈꾸고 있는 남소연 씨는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시절 교포 2세 중에는 무조건 미국인에게 동화되려는 생각을 하는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 2002 한일 월드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한국의 발전상을 드러내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젠 한국과 한국어를 꼭 알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포 2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지현(21·포덤대 4년) 씨는 “한국과 한국인을 주제로 다양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다”며 “미국 사회에서 한국 관련 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이해하는 나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재미교포 2세의 관심만큼 한국 정부도 재미교포 2세에게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애머스트대에 다니는 아그네스 김 씨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아보기 위해 국제하계대학을 찾았다”며 “우리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활동하길 원하듯 한국 정부도 우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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