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이 230여 곳으로 늘어난 가운데 베이징 쯔진청(紫禁城) 안의 스타벅스 매장이 전통문화를 훼손한다는 중국 누리꾼들의 여론에 밀려 문을 닫는다고 한다. 퇴출운동은 올해 1월 한 방송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스타벅스가 중국 전통문화의 정수라 할 쯔진청과 맞지 않는다’고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설파한 ‘렉서스(세계화)와 올리브나무(자주성)’를 연상시킨다.
▷누리꾼들은 “청말(淸末) 8개 연합국의 위안밍위안(圓明園·베이징에 있는 ‘황제의 정원’) 훼손과 영-프랑스 연합군의 쯔진청 약탈 기억이 생생한데 다국적기업의 ‘주구(走狗)’인 스타벅스가 웬 말이냐”며 내쫓기에 가세했다. 이번 조치로 다수의 중국인은 국가의 자존심이 회복됐다며 흐뭇한 표정이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외자(外資)를 배척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외국기업들에 불안을 안기고 있다.
▷중국의 국수주의 경향은 최근 미중(美中)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특히 식품의 안전성을 문제 삼자 중국은 미국 7개사의 냉동가금류에서 식품첨가물과 세균이 검출됐다며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 미국산 휴대전화의 안전성 문제도 꺼냈다. 자국산 제품의 흠을 덮으려는 맞불 작전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런 대응 방식은 이미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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