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산 든 원자바오’ 사진

  • 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손수 우산을 들고 수해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가운데).
손수 우산을 들고 수해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가운데).
“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역시 다르시네.”

중국의 한 누리꾼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8장의 사진이 많은 중국인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중국 관료들에 대해선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 누리꾼은 중국과 외국의 정상 및 고위 공무원들이 각종 행사에서 우산을 쓴 모습을 비교한 사진 8장을 지난달 27일 후난(湖南) 성 정부의 대외선전사무실이 운영하는 ‘훙왕(紅網) 토론방’에 올렸다.

‘기뻐해야 하나, 분개해야 하나-우리 관리는 외국 공무원보다 정말 대단해’라는 풍자성 제목으로 올린 사진들은 3주 만에 1만8700여 명이 퍼갈 만큼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에서 중국 관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시찰할 때나 연설할 때 다른 사람이 받쳐 주는 우산을 썼다. 심지어 어린이날 어린이에게 우산을 받치게 하고 연설하는 관리도 있었다.

반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느 국제행사장에서 부인에게 우산을 받쳐 주며 함께 걷는 모습이 인터넷에 올랐다. 스스로 우산을 받쳐 든 영국 여왕의 모습도 소개됐다.

누리꾼들은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특색”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중국 정부가 외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빗댄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엔 중국인을 감동시키는 한 장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원 총리가 장화를 신고 손수 우산을 받쳐 든 채 땅이 질척질척한 농촌의 수재현장을 시찰하는 모습이었다.

원 총리는 전에도 10년이 넘은 허름한 단벌 잠바로 농촌지역을 시찰하고, 값싼 운동화를 몇 년째 기워가며 신은 사실이 알려져 중국인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누리꾼들은 “중국 공무원은 직급이 낮을수록 ‘관리 티’를 더 낸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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