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열쇠 쥔 부족 지도자들…협상시한 연장 때도 영향력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석방을 위해서는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역의 부족 원로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들이 아프간 정부를 대신해 탈레반과 협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는 전통적으로 ‘지르가’라는 원로들의 협의기구가 분쟁 해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부족 원로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어 이번에도 이들이 피랍자 석방 협상과 중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탈레반은 22일 밤 협상시한 연장을 밝히면서 “한국이 협상 대표단을 파견했고 부족 원로들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해 부족 원로들의 역할을 확인했다.

지르가는 현지 파슈툰족의 언어인 파슈토어로 ‘평의회’ ‘회의’ 등을 의미한다. 원로들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하는 협의체로 아프간이나 파키스탄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지르가는 전국, 주, 마을 단위로 조직된다. 아프간 전역의 대표들이 모이는 ‘로야 지르가’는 2002년 아프간 정부 수립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도 2004년 대통령이 되기 전 로야 지르가를 통해 과도정부의 임시수반으로 선출됐다.

탈레반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슬람 지도자 위원회(라바리 슈라)’ 역시 지르가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지르가 원로들은 4월 탈레반에 납치된 프랑스의 여성 구호요원이 석방될 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원로들이 아프간 정부의 전권을 위임받지 못해 협상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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