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친이슬람 성향의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46.8%의 득표율로 전체 550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0석을 확보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20.6%의 득표율로 110석을, 극우 성향의 민족행동당(MHP)은 득표율 14.3%로 72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02년 총선에서 35%의 득표율로 352석을 얻었던 AKP는 5년 전보다 득표율이 높아졌으나 의석은 감소했다. 10% 이상 득표한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는 터키의 선거제도 때문. 2002년에는 10% 이상을 얻은 정당이 둘이었지만 이번에는 셋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개헌 선인 367석을 얻는 데는 실패함에 따라 대통령 선출 방식을 의회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는 개헌 작업은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언론은 집권당의 압승이 안정된 경제성장과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하에서 어려움을 겪던 터키 경제는 2002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집권한 뒤 연평균 7.3%의 경제성장으로 되살아났다. 물가도 안정됐다. 에르도안 총리가 EU 가입 협상을 시작한 것도 국가 발전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
에르도안 총리는 총선 승리가 확정된 뒤 연설에서 “EU 가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민주주의 개혁과 경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터키의 오랜 세속주의 전통을 파괴한다며 현 정부를 극렬히 반대해 온 야당, 군부, 법조계 등 세속주의 세력과의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아 있다. 쿠르드족 반군과의 무력 충돌 문제 등 난제도 산적해 있다.
한편 무소속 당선자 28명 중 24명이 쿠르드계에서 나와 터키 의회에서 쿠르드족의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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