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곳은 바그다드 서부 수니파 거주지역의 아이스크림 판매점. 승용차에 실려 있던 폭탄은 이라크 대표팀이 한국팀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기쁨에 사로잡혀 함성을 외치며 껑충껑충 뛰던 사람들을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이 폭발로 최소 38명이 숨지고 75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한 시간도 안 돼 바그다드 중심부의 이라크군 검문소 주변에서도 또 다른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20여 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부상했다. 이곳 역시 목표는 이라크 대표팀의 승리를 자축하며 환호하는 시민들이었다.
더구나 두 번째 폭탄테러는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도 등이 한데 몰려 거주하는 지역이어서 종파 간 갈등으로 인한 테러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라크 당국은 당초 테러 위험을 우려해 한 곳에 모이지 말 것을 경고했으나 기쁨에 들뜬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그다드는 지금도 불시에 정전되는 지역이 많아 주민들은 집보다는 술집이나 광장에 모여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라크는 특히 국민의 축구에 대한 열기가 높기로 소문난 나라. 축구대표팀의 승전고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내전을 잊게 하는 청량제이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2일 이라크 르포 기사에서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등 다양한 종파의 선수들로 구성된 축구대표팀은 진정한 화합의 메시지를 이라크인들에게 던져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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