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적불문하고 납치…수감자와 교환하라고 지시”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25일 영국 ‘채널4 뉴스’가 방영한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다둘라(가운데)의 인터뷰 장면. 그는 “(외국인) 납치는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5일 영국 ‘채널4 뉴스’가 방영한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다둘라(가운데)의 인터뷰 장면. 그는 “(외국인) 납치는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을 납치해 수감된 조직원과 맞교환하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주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다둘라는 25일 영국 ‘채널4 뉴스’가 방영한 독점 인터뷰에서 “납치는 매우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은 외국인 납치를 바라보는 탈레반의 일반적인 인식을 짐작하게 한다.

인터뷰에서 다둘라는 “나는 무자헤딘(이슬람 저항세력)에게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외국인을 발견하는 대로 납치해 탈레반 수감자와 맞교환하는 거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 방송에서 외국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은 길지 않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올해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 이후 탈레반 지도자들 사이에 외국인 납치가 매우 효과가 높은 전략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아프간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외국인들도 확실한 신변안전 조치 없이 활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둘라의 이번 발언에 비춰 볼 때 탈레반이 저지른 한국인 납치 사건은 단순히 몸값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아프간 정부에 체포된 탈레반의 핵심 조직원들을 석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둘라는 또 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인질들을 살해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할 계획도 하고 있다”며 “탈레반은 아이들에게 잔인한 침입자들과 배신자들을 무찌르는 군 교육을 시키길 원하고 이들을 전투에 참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둘라는 아프간군에 체포돼 수감돼 있다가 3월 탈레반에 납치됐던 이탈리아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기자와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풀려났다. 그는 5월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형 물라 다둘라의 뒤를 이어 탈레반 조직의 지도자가 됐다.

그는 13일 미국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런던에서 시도했다 실패한 테러보다 더 큰 공격이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는 등 탈레반 테러활동의 중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간 당국이 피랍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탈레반 죄수의 석방에 거부감을 갖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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