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제발 돌려보내주세요”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피랍자 가족들 관계국-탈레반에 눈물의 호소문

“가족들의 마음은 국가, 인종, 종교를 초월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족들에게 보내 주십시오.”

피랍 사태가 발생한 지 8일째인 26일 오후 4시 2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 있던 피랍자 가족 17명은 한국, 아프가니스탄, 미국 정부와 탈레반 무장단체에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아프간 현지 언론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살해하겠다며 제시한 최종 협상시한이 오후 5시 30분이다’라고 보도한 지 1시간 반 만이었다.

호소문을 발표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의 표정은 초췌했지만 담담했다.

그러나 가족들을 대표해 납치된 제창희 씨의 누나 제미숙 씨가 차분한 목소리로 호소문을 낭독하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하나 둘씩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배 목사님의 사랑하는 아내는 어린 딸을 부여잡고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이날 탈레반 무장단체에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된 고 배형규 목사 가족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순간 제 씨의 목소리가 떨렸고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내던 일부 가족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영경(여) 씨의 어머니인 김은주 씨는 “우리 애는 22세로 이번에 납치된 사람 중 가장 어리고 겁도 많다”며 “작년에도 인도로 봉사활동을 갔고 이번에도 위험한데 왜 가느냐고 말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서경석)과 딸(서명화)이 동시에 납치된 이현자 씨는 “간호사인 우리 딸은 휴가를 자기 좋고 편한 세속적인 곳으로 가지 않고 봉사활동을 위해 4년째 매번 오지로 갔다”며 “아들도 이번에 누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간 것이니 제발 살려 달라”고 절규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오전 11시 10분경 아랍계 방송인 알자지라와도 40여 분간 인터뷰를 했다. 알자지라의 베이징 특파원인 멜리사 챈 기자는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져 있지만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며 “탈레반 무장단체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민족복지재단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를 지낸 백도웅 목사, 천주교 주교회 홍창진 신부, 원불교 사회문화부장인 김대선 교무 등 종교계 인사들이 찾아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범윤미(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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