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관련 탈레반 입장 매체 마다 제각각

  • 입력 2007년 7월 27일 09시 31분


한국인 인질 관련 탈레반 입장 매체 마다 제각각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에 납치된 한국인들의 신병을 전하는 보도가 매체 마다 달라 혼선을 주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탈레반 현지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협상 시한(한국 시간 27일 오후 4시 30분)에 관계없이 매일 1명씩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보도했다.

반면 국내 연합뉴스는 “탈레반 무장 세력의 대변인으로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협상 시한 (한국 시간 27일 오후 4시30분)을 넘기면 나머지 한국인 인질 22명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아프간 부족원의 말을 인용해 “인질 중 일부가 27일 정오 이전에 풀려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협상시한 관계없이 매일 한명씩 살해”

아사히신문은 아프간 가즈니주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현지 탈레반에게 몸값의 일부가 25일 밤에 지불됐고 탈레반 측이 그 대가로 한국인 인질 8명의 석방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몸값은 25일 오후에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이 돈을 받기 위한 장소로 향하던 탈레반 측이 아프간 치안부대의 모습이 보이자 태도를 돌변, 몸값과 인질 석방을 거부했다.

이후 아프간 정부 측과 탈레반 측이 협상을 계속한 결과 이날 밤에야 몸값을 일부 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약속한 대금 가운데 나머지는 인질 교환시에 지불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약속한 금액과 출처 등에 대해서 이 소식통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생존한 22명의 인질을 3곳의 건물에 분산해 감금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여성 7명과 남성 1명을 관리하는 그룹이 몸값을 받는 대신 인질들을 풀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즈니주를 총괄하는 탈레반의 현지 사령관은 아사히신문에 “협상 시한(한국 시간 27일 오후 4시 30분)에 관계없이 매일 1명의 인질을 살해하겠다. 정부가 우리 요원의 석방에 응하겠다고 말해 놓고도 성의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몸값을 받은 곳과 다른 그룹은 인질 석방 조건으로 수감 중인 탈레반 병사의 석방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지 마을 원로와 종교 지도자를 중개역으로 해서 진행되고 있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 “협상시한 넘기면 인질 22명 모두 살해”

반면 연합뉴스는 이날 탈레반 무장 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을 인용해 아사히신문과 다른 소식을 전했다.

아마디가 27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4시30분)로 연장된 협상시한이 최종적인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

아마디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못 박고 이 협상시한을 넘기면 나머지 한국인 인질 22명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번 협상시한이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이때까지 협상결과가 없으면 인질을 모두 ‘처형’하겠다”고 경고했다.

아마디의 이 같은 발언은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겨냥한 ‘선전용’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탈레반 내에서 강경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는 또 인질들을 3곳으로 나눠 억류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며 “11곳에 2명씩 분산 수용돼 있다”면서 “탈레반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허위정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인 인질들의 상태에 대해 “일부가 아픈 것이 사실”이라며 “아프간에서 많이 쓰이는 두통약 같은 진통제(알약 형태) 2종류 밖에 갖고 있지 않고 음식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마디의 답변에 비춰 한국인 인질이 붙잡혀 있는 탈레반 거점으로 통하는 보급로가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의 포위에 의해 끊긴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는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동료 수감자들을 석방하도록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아프간 정부가 우리가 제시한 수감자 석방을 거부하기 때문”이라며 “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미 아프간 정부에 석방자 23명의 명단을 제시했으며 이들은 아프간 동부의 풀리처키(Pulchrkhe) 아프간 중앙교도소에 모두 수감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신화통신 “일부 한국인 인질 오늘 석방 가능성”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한국인 인질의 석방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아프간 부족원로의 말을 인용해 한국인 인질 중 일부가 27일 정오 이전에 풀려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인 와히둘라 무자다디는 “나는 적어도 한국인 인질 가운데 일부라도 내일(27일) 정오 이전에 풀려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시한이 연장된 것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간신히 협상시한을 연장했다. 우리는 한국인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대변인도 교도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죄수 8명을 석방하면 한국인 인질 8명을 풀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靑 “외신들 미확인 주장 무차별 보도 유감”

청와대는 이 같은 외신들의 확인되지 않는 무차별적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외신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단체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확인도 되지 않은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신이 탈레반 측과 외부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는 취지였다.

천 대변인은 외신기자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신중히 보도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뜻이 외신에 알려질 수 있도록 보도해 달라”며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니 앞으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아닷컴ㆍ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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