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9일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살해된 배형규 목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질 22명이 과연 몇 군데에 몇 명씩 나뉘어 억류돼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석방협상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인질의 분산수용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협상단에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전날 미국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지의 어려운 상황을 전한 피랍자 임현주 씨가 "남녀로 나뉘어 2개 집단으로 분산 수용돼 있다"고 전한 반면 탈레반 무장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질을 "2명씩 11곳에" 나누어 놓았다고 주장, 혼선을 더하고 있다.
탈레반은 납치사태 초기에 피랍 한인들을 적어도 3개, 많게는 6~7개 집단으로 분리한 뒤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인질들이 3군데에 나뉘어 있다는 설이 힘을 얻었다.
지난 25일 오후 늦게 인질 가운데 8명이 먼저 석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일부 언론에서 '8+6+9'라는 내용이 담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메모를 촬영, 보도하면서 '3곳 분산설'이 한때 정설로 여겨지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 공영방송 NHK도 27일 오전 현재까지도 3곳 분산설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배 목사가 살해되면서 석방협상은 원점으로 후퇴했고 인질들이 어떻게 분산돼 있는지에 대한 그간의 추정 역시 거의 쓸모없게 돼 버렸다.
아프간 현지 소식통들은 탈레반 무장세력의 조직체계가 느슨하고 심지어 조직원사이에 통신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질 분산수용 현황 파악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하고 있다.
아마디는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수감된 탈레반들의 석방이라고 줄기차게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인을 붙잡아두고 있는 납치범이 돈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점 역시 통일된 주장을 내지 못할 정도로 탈레반 내부의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무차별적인 현지발 외신 보도'를 탓하는 우리 정부 역시 이런저런 '설'들을 잠재울 확실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피랍 이틀째인 지난 20일 이미 인질 23명의 신상 파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이틀이 지난 22일 오후까지도 피랍자 수를 확정짓지 못한 바 있다.
앞으로도 탈레반이 불안에 떨고 있는 인질들을 어떻게 나눠 놓을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질들을 매일 옮긴다는 탈레반 측의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납치범 역시 피랍 한인들을 한 곳에 모아놓기보다는 분산해 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들은 감시자 사이의 의사소통 차질 문제를 들어 인질들이 더 많은 집단으로 나뉘어 있을수록 석방을 위한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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