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박물관을 설립하는 목적은….
“전쟁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올바로 알리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가 (워싱턴에) 기념관과 조형물을 세웠지만 많은 미국인이 한국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 미국 고등학교 역사책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은 겨우 두 문단 정도 나온다. 관련 기록과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작업도 충분하지 않다. 한국전쟁에 대한 지식은 가까운 우방인 한국과 한국인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전쟁박물관이 미국인 관람객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래리 새소로시 사무총장 | |
△1934년생 △1956년 미국 밀워키 마z대 졸업, 해군 소위 임관 △1957∼1958년 서태평양 대만해협 순찰선 갑판장교 △1967년 대위 전역 △1967∼1981년 가정용품업체 부사장 △1982∼2006년 Sass 타이어 대표 △2004년 한국전쟁박물관 설립사업회 이사 △2006년 한국전쟁박물관 사무총장 |
“단순히 한국전쟁 관련 자료만 모아 놓고 전시하려는 게 아니다. 전쟁 전의 한국과 전쟁 중의 한국은 물론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된 전쟁 후의 한국을 모두 보여 주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전쟁에서의 죽음과 희생은 언제나 슬픈 비극이다. 그러나 전쟁을 중심으로 한국이 겪은 변화상을 보여 주면 한국전쟁이 덧없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고 믿는다.”
―설립자금 조성 작업은 순조로운가.
“지난 2년 반 동안 7만여 통의 편지를 썼다. 지금까지 6만 명 정도가 기부했는데 한 번 기부한 사람은 대부분 추가로 기부한다. 처음에는 왜 한국전쟁박물관이 필요한지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300만 달러에서 시작한 자금이 이제 1800만 달러 정도 모였다. 용지 매입비 60만 달러의 절반은 스프링필드 시에서 지원받았다. 편지를 쓰면서 ‘기부’라는 단어를 가급적 피하고 ‘투자’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와 문화 교육에 투자하라는 뜻이다.”
―워싱턴의 한국전쟁기념관과 어떻게 차별화할 생각인가.
“박물관도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 새 한국전쟁박물관의 경쟁 상대는 다른 박물관이 아니라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다. 자료와 사진을 죽 늘어놓고 보여 주는 전시는 요즘 젊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새 한국전쟁박물관은 전쟁 현장을 체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다양한 음향과 영상 장치를 활용해 포화의 냄새를 느끼면서 전투 중인 군인을 만나는 듯한 시뮬레이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전시 설비에만 6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흥미 위주의 전시 방법이 비판을 받지 않을까.
“인근에 위치한 링컨박물관이 좋은 전례다. 생전 링컨의 모습을 재현하는 특수효과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에게 더욱 풍성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느냐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것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한국전쟁박물관이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박물관 설립 과정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은….
“사업을 위한 펀드 조성이 내 임무다. 한국전쟁박물관 설립 계획은 오래전부터 검토했지만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고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전쟁이 미국 사회에 생각보다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을 맡고 나서 한국전쟁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역사책에서 충분하고 상세한 정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건 한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어제(25일) 비무장지대(DMZ)를 가 봤다. 경비병과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전시와 다름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그곳에 가 보니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세계에 더욱 열심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박물관은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의 국민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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