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만만치않은 무장세력, 군사작전에도 철저 대비

  • 입력 2007년 7월 31일 11시 33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 1명을 추가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각에서 군사작전을 통한 인질구출 작전의 실행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이 단순 범죄조직의 규모나 지략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 무장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력사용을 통한 강제적인 사태해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 우세하다.

◇군사작전에 철저 대비

이미 알려진 것처럼 탈레반은 미국이나 아프간 혹은 한국 정부의 군사작전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초기부터 여러 그룹으로 나눠 분산 수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이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을 수시로 이동시키며 미군이나 아프간군의 눈을 피하면서 일부 접근로에는 지뢰를 묻어놓는 등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한국 우방들의 군사작전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탈레반이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장소가 접근이 쉽지 않은 산악지대라는 점도 군사작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군사작전이 감행될 경우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인질을 구출해내지 못한다면 일질들이 대거 살해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력을 통한 사태해결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련한 협상 전술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장악했던 경험이 있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일반 테러조직과 명확히 구별된다.

탈레반은 9·11 테러에 따른 미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수도 카불을 내주기는 했지만 지금도 근거지인 카라바그를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서부 등을 장악하고 있는 무장 정치세력이다.

그런 탈레반이다보니 이번 피랍 한국인 석방을 위한 협상에서 보여온 그들의 전술이 그리 간단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은 탈레반을 마약 판매나 범죄와 연계된 집단, 광신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작전과 노련한 전술을 대면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번 한국인 인질사태에서 탈레반이 보여준 협상 전술도 우리 정부와 아프간 당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인질 석방 조건을 수시로 바꾸고 협상시한도 빈번히 변경하며 상대방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 유수의 언론을 이용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있다며 피랍자들을 총기로 살해하는 잔혹함까지 보여줘 상대방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탈레반은 배형규 목사에 이어 30일에는 한국인 남성인질 1명을 추가로 살해했다고 주장한 뒤에도 인질 살해가 계속될 것이고 살해 주기도 더 빨라질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여성은 해치지 않는다'는 이슬람의 율법에 비춰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왔던 여성 인질에 대한 살해위협까지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요구를 관철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다양한 전술에 기초한 협상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질살해라는 극악한 카드를 내놓는 양면 작전으로 협상 파트너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탈레반이 만만치 않은 적이라는 뼈아픈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차별 인질살해 않을 것"

노련하고 잔혹한 탈레반이 향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더 많은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탈레반이 마피아나 광신도 집단이 아닌 정권 탈취 경험이 있는 엘리트 집단이라는 점에서 무차별 인질살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입으로는 여성까지 살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이 자신들의 율법에 반하는 행위를 실행에 옮겨 명분을 잃는 자충수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인질억류의 목적이 '살해'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질억류를 통해 탈레반 수감자 석방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협상전술을 구사해나갈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협상도 감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질 생존 확률이 80%가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는 점도 나머지 인질의 생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 아프간 정부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탈레반의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피랍자들을 무사히 석방시킬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은 현 국면에서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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