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살해가 현지 가즈니 주(州)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의 입에서 `협상시한 연장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도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다.
가즈니 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탈레반 측이 주장한 협상시한인 30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을 넘긴지 2시간여 만에 현지 TV에 출연, `협상시한 이틀 연장'에 탈레반이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그로부터 약 3시간 후 탈레반 측은 추가 살해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29일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예방, 인질 무사귀환을 위한 다양한 협력을 요청한 뒤라 충격의 강도가 더한 상황이다.
아프간 정부를 통한 교섭이 허망한 결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5일 배형규 목사가 살해되기 바로 전 아프간 정부 당국자는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측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으며, 수감 중인 탈레반 요원 8명의 석방을 약속했다"고 말해 부분 석방설의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러나 8명 우선 석방 교섭은 끝내 불발로 돌아갔고, 배 목사는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정부가 두 인질이 살해되기까지 아프간 측으로부터 교섭상황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인질 피살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고 대응책을 세웠던 정황은 거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태 발생 초기부터 정부는 테러범과의 직접 협상은 없다는 원칙 하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교섭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문하영 외교부 본부대사가 현지 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측면 지원의 일환이었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백종천 실장을 통해 카르자이 대통령에 전한 것도 기본적으로 이번 석방 교섭의 주체는 아프간 정부라는 우리 정부의 인식 하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나 석방 교섭의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인질 2명이 희생되자 일각에서는 아프간 정부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을 접을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탈레반 측이 인질-수감자 맞교환 원칙을 강경하게 내세우면서 아프간 정부가 내세운 협상단과의 실질적인 협의를 피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아프간 정부를 통한 문제 해결에 대한 회의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현지의 백종천 실장을 통해 인질-수감자 맞교환 문제에 대한 유연성 발휘를 아프간 정부에 재차 요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요청이 수용될 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의 교섭력에 막연히 기대기보다는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 .
그런 맥락에서 아프간 정부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더욱 외교력을 모으거나, 탈레반 측과의 직·간접 교섭 채널을 독자적으로 개척함으로써 최소한 예측 범위 밖에서 인질 희생자가 생기는 일은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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