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10위 모기지 업체인 아메리칸홈은 6일 미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6일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이 회사 주식은 0.44달러. 지난해 12월만 해도 주가가 36.4달러에 이를 정도로 잘 나가는 모기지 회사였다.
주목되는 점은 그동안 파산 운명을 맞은 모기지 업체 대부분이 신용도가 낮은 개인을 상대로 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업체인 반면 아메리칸홈은 서브프라임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메리칸홈은 우량 고객을 상대로 하는 프라임 모기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이의 중간 모기지 시장을 주로 공략해온 회사였다.
서브프라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상대로 모기지 영업을 해온 이 회사가 이처럼 파산 운명을 맞은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 이후 금융시장에 닥친 신용경색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도이체방크, 윌밍턴 트러스, JP모건 등 아메리칸홈 채권단이 경쟁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아메리칸홈은 지난주 6500여 명의 직원 해고를 발표한 데 이어 결국 파산보호까지 신청했다.
아메리칸홈의 파산은 올해 4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결국 청산 운명을 맞은 뉴 센트리 파이낸셜 그룹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문제는 아메리칸홈 파산이 모기지 시장 위기의 끝이 아니라는 점.
신용경색이 계속되면서 휴스턴에 있는 에기스 모기지는 모기지 브로커들에게 신규자금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고, 샌프란시스코의 루미넌트 모기지 캐피털은 채권단에서 자금 회수를 요구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보도했다.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헤지펀드 2개의 실질적인 가치가 ‘0’으로 떨어지면서 사상 유례가 없는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일에는 차기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로 유력시되던 회사 내 2인자 워런 스펙터 공동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모기지 시장발 신용경색은 다른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모기지 시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자금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신용경색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FRB가 올해 안에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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