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냉정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 노력하던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피랍자 가족들은 7일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모임 사무실에 모인 가족들은 이날 낮 예정에 없던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Send them home(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Set them free(그들을 풀어 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회견장에 들어섰다. 가족들은 호소문에서 “아프간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자유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 가족들이 그곳으로 간 이유도 두 나라가 실현하고 있는 인류애 정신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서명화·경석 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 씨는 차성민(30) 대표의 호소문 발표를 중단시킨 뒤 “대표님, 누구 눈치 볼 때 아니잖아요. 우리는 그분들(미-아프간 정상)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귀중하잖아요. 제발 우리 가족 좀 살려 주세요”라고 절규했다.
고혈압으로 쓰러져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한지영 씨의 어머니 김택경(62) 씨도 “제 발로 간 아이들이지만, 세계인들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정부는 7일 아프간 피랍자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하고 있고 개인마다 건강 차이가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낙관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족들에게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여행금지국 지정이 7일 발효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허가 없이 아프간을 방문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