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시 공화 의원들 잇단 동성애 - 매춘 추문
“서민 정치” 민주 대선후보 1회 이발비 400달러
래리 크레이그(62)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2개월간 보여준 처신이 미국 유권자에게 조롱과 공분을 사고 있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이 화장실 동성애 거짓말이 뒤범벅된 3류 사건의 중심에선 탓이다. 비난의 핵심은 언행불일치다.
28일 동영상사이트인 유튜브에는 그가 인턴 직원과 바람을 피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매섭게 비판하는 1999년 방송 인터뷰가 돌아다녔다. 화면 속의 그는 “클린턴은 나쁘고 외설적이며 추잡하다”고 몰아세웠다. 이 장면은 이날 밤에만 최소 5, 6차례 방송돼 최근 그의 행적과 대비가 됐다.
▽공화당의 성추문=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가족의 가치를 중시해 왔다. 동성애 낙태 이혼 혼외정사 등 결혼을 통해 구성하는 가족의 틀을 깨는 일체의 사안을 백안시했고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현역의원 성 추문은 공화당의 몫이 돼 버렸다. 고급 매춘을 시인한 것도 ‘도덕주의 회복’을 강조한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이었다. 마크 폴리 하원의원은 지난해 17세 소년에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e메일을 보낸 것이 공개됐다.
공화당의 ‘빅 4’ 후보 가운데 금욕주의를 앞세우는 모르몬교도인 미트 롬니 후보를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의 이혼 경력은 합쳐 4회다. 루디 줄리아니 후보는 첫 번째 부인이 6촌 여동생이었고, 두 번째 부인에게 통보하지도 않고 ‘곧 이혼한다’는 발표를 해 버렸다.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는 올 초 워싱턴 토론회에서 “민주당 주요 후보는 이혼 경력이 전무한데, 어째 공화당은 줄줄이…”라고 말해 폭소를 이끌어냈다.
▽빈자(貧者)를 위한 호화정치=민주당도 정치구호와 동떨어진 삶의 방식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워싱턴 꽃미남’으로 통하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베벌리 힐즈의 최고급 미장원에서 1회 이발비로 400달러를 2차례 지불한 영수증이 공개됐다. 공식선거비용에서 치러진 것이었다. 또 이달 들어서는 저소득층이 제때에 못 갚은 주택대출금을 회수하는 회사에 투자해 큰 돈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단골 구호는 “나는 노동자의 아들이며, 저소득층의 고통을 함께하는 정치를 펴겠다”는 것이었으나 겉과 속이 달랐다.
▽공교육이 중요하지만…=민주·공화당 구분 없이 대통령 후보들은 교육문제가 나오면 공교육 살리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7월 말 열린 민주당 후보토론회에서 “당신들 자녀들이 사립학교 다녔는지를 말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정치인들은 머뭇거렸다. 미국 사립중고교는 연간 학비가 2만5000달러 안팎으로 웬만한 사립대학 수준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외동딸을 중학교까지 공립학교에 보냈지만 남편의 백악관 입성 후 사립고교를 보냈다. 그가 밝힌 이유는 “기자들의 집요한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초등학생 두 딸이 모두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고, 내가 강의했던 시카고 대학 구내에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에너지 절약은 ‘너’부터=앨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통령 선거 패배 후 지구온난화 재앙을 경고하는 환경전도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고향인 테네시 주 시민단체가 올 초 공개한 그의 전기료 고지서는 ‘화석에너지 절약을 통한 온난화 방지’라는 그의 주장이나, 휘발유와 전기로 달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한 그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방 20개인 그의 저택의 월 전기료는 1400달러(약 132만 원). 방 3개인 중산층 주택의 평균 전기료(100달러 안팎)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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