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최근 유럽에 진출한 러시아의 대형 펀드가 금융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외무역법을 고치기로 했다.
올리버 비크 독일 경제동방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의 후원을 받는 막강한 러시아 국영기업이 루블화 강세를 타고 시장에서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러 일간지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이런 조치와 반응은 사전 예방보다는 러시아 측의 도발에 대한 ‘응전’의 필요성 때문에 나왔다는 것이 유럽상공인협회 러시아 지부의 관측이다.
모스크바 인근 도시인 힘키 시(市)에 공장을 짓고 있던 독일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슈사(社)는 최근 공장 용지를 빼앗겼다. 땅을 매입할 때 소유자인 힘키 시의 동의를 받지 않아 토지매매 계약이 무효라는 게 이유였지만 보슈는 “러시아가 국제 기준을 무시했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국방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사할린과 시베리아에서 지분을 빼앗겼던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이제는 서방이 러시아에 본때를 보여 줘야 할 차례”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유럽 기업들의 들끓는 목소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대변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파리 주재 180개국 대사가 모인 자리에서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국제사회에 만행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거칠게 뻗어 나가는 러시아 국영기업에 제동을 걸 태세다.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러시아 최대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이 유럽 주택에 연결된 가스관에 손대지 못하도록 EU 집행위가 권고안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 기업의 접근을 제한하는 비밀문서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대응으로 러시아의 콧대가 꺾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 라자리 샤미스 씨는 “러시아의 가스 차단에 대비하겠다는 유럽의 의지가 나타나지만 에너지 대체 수입처가 없는 한 유럽의 맞대응은 에너지 카르텔 등 또 다른 문제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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