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활불이란 13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티베트 불교의 독특한 교리 중 하나로 ‘환생한 부처’를 뜻한다. 티베트에서 활불은 자무샹(嘉木祥), 장자(章嘉), 궁탕(貢唐) 등으로 다양하지만 가장 숭앙받는 활불은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다.
티베트 불교의 최고 수장인 달라이 라마는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을 지닌 스승’이라는 뜻으로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받들어진다. ‘학문이 깊고 재능이 많은 스승’이라는 뜻을 지닌 판첸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제2인자로서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정토왕생(淨土往生)의 길을 제시해 주는 부처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14대 달라이 라마(72)가 48년째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600만 티베트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활불을 직접 임명하고 관리하겠다며 ‘티베트 전생활불의 계승 및 관리 방법’을 제정했다.
규정에 따르면 활불이 되려면 중국 중앙정부의 지방조직인 현(縣)급 인민정부의 동의부터 받기 시작해 성·자치구 정부와 중앙정부의 국가종교사무국, 국무원까지 최장 4단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성한 종교적 의식에 따라 선정되는 활불을 중국 정부가 직접 임명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활불은 반드시 국가 통일을 지지하고 민족 단결을 옹호해야 한다고 규정해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활불을 중국 중앙정부의 ‘꼭두각시’로 활용할 방침임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임명한 활불이 과연 티베트인의 존경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1995년 달라이 라마가 10대 판첸 라마의 환생이라며 치에키 니마를 지정하자 중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당시 6세이던 기알첸 노르부를 임의로 임명했다. 치에키 니마는 12년이 지난 현재도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알첸 노르부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도구일 뿐 티베트인들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헌법 36조는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렇게 하고도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