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라로셀에서 프랑스 사회당 ‘하계대학’이 막을 내렸다. 사회당의 여름수련회 격인 하계대학은 9월 새 의회 회기 시작을 앞두고 매년 열리는 역사 깊은 모임이다. 그러나 올해 하계대학은 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부분 빠진 초라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우선 미셸 로카르 전 총리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위촉으로 교사능력제고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사회당 하계대학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로써 로카르 전 총리는 사회당에서 우파에 협력한 가장 거물급의 인사가 됐다. 그는 사회당의 주류가 아니었지만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정통 노선에 대항해 실용 노선을 추구해 온 로카르파의 수장이었다.
미테랑의 오랜 브레인이었던 학자 자크 아탈리 씨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프랑스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키느라 바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재무장관, 자크 랑 전 문화교육장관도 하계대학에 보이지 않았다. 사회당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칸 전 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추천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가 됐고 미테랑 전 대통령 아래서 최장수 각료를 지낸 신망 높은 랑 전 장관 역시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탁으로 헌법개정위원회를 맡았다.
사회당 거물들의 이런 행보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삼고초려(三顧草廬)식 개방(ouverture) 정책의 성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당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로카르 전 총리는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사회당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집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은 약 10년 전 ‘블레어리즘’과 ‘슈뢰더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제3의 길’을 모색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프랑스 사회당은 12년간 연거푸 3번 대선에서 패배했다.
사회당 지지자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세골렌 루아얄 전 대선후보는 사회당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 주지 못하고 막판으로 갈수록 정통 노선에 가깝게 회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는 대선 패배 후에도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좌파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 대신 대선이 끝나자마자 계약동거부부관계(PACS)를 청산하고 벌써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신경전에 돌입해 빈축을 샀다.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이냐시오 라모네 사장은 “프랑스 국민도 더는 좌우의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좌우 양측에서 좋은 것을 따서 쓰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제3의 길 모색은 영국 독일처럼 사회주의 정당의 노선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당 밖에서 새로운 중도파 정당의 모색이나 사회당 거물들의 우파 협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