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아프간 주둔 영국군이 탈레반과 최근 5, 6차례 교전을 벌인 뒤 포획한 무기를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아프간 정부 관리들은 중국 육군이 사용하는 HN-5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지뢰, 로켓추진총유탄(RPG) 등이 탈레반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탈레반도 최근 구입처를 밝히지 않고 ‘한층 정교한 신형 무기를 구입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영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 베이징(北京) 외교부 청사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은밀히 만나 강력하게 항의한 뒤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중국도 실태 조사를 약속했다고 BBC는 전했다.
문제는 탈레반이 사용하는 중국산 무기가 대부분 일련번호가 삭제돼 유통경로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는 것. BBC는 몇 가지 예상되는 경로를 제시했다.
가장 큰 의혹을 받는 나라는 이란이다. BBC는 이란이 최근 미군을 공격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열중해 왔다며 “종파는 다르지만 미국을 공통의 적으로 삼는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탈레반이 협력체계를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도 “중국이 이란에 판매한 무기가 아프간 및 이라크 무장세력에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직접 개입설도 나온다. 아프간 대테러담당 관리는 “중국은 지역 내 미군 주둔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미 견제용으로 탈레반에 무기를 공급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열악한 환경과 자금난에서 헤매던 탈레반이 무기 밀매시장에서 싸구려로 공급되는 중국산 무기에 눈길을 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남부 아프간 지역은 이미 10여 년째 싸구려 중국산 무기가 휩쓸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과 함께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이 유통경로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중국은 유엔 결의, 국내 법규에 따라 무기 수출에 엄격한 관리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며 BBC 보도를 부인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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