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격기, 핵탄두 탑재 모른채 대륙종단

미국 공군의 B-52 폭격기가 핵무기가 실린 줄도 모른 채 미 대륙을 종단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USA투데이는 B-52 조종사들이 지난달 30일 비행기에 핵탄두가 실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순항미사일 5기를 노스다코타 주의 마이넛 공군기지에서 루이지애나 주 박스데일 공군기지로 옮겼다고 4일 미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옮겨진 스텔스 기능의 신형 순항미사일(ACMs)은 B-52 폭격기에 장착될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된 것으로 5∼150kt의 출력을 가진 핵탄두 ‘W80-1’이 장착돼 있었다.

미군 관계자는 B-52 폭격기가 신형 순항미사일을 옮기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지만 마이넛 기지에서 핵탄두를 제거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대목은 B-52가 박스데일 기지에 착륙하기 전까지 이런 실수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B-52가 비행하던 약 3시간 반 동안 두 기지에서는 핵탄두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 미 공군은 더글러스 라버그 소장이 이끄는 조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조사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AFP통신은 이 같은 사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전했다.

한편 전 국방부 관리인 스티브 페터 씨는 “B-52가 옮긴 핵탄두는 비행기의 충돌 사고가 날 경우에도 핵폭발을 막는 안전장치가 가동된다”며 “만약 충돌이 일어나 폭발이 있었다 하더라도 일부 플루토늄 누출만 있을 뿐 핵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