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兩岸상태 변화 원치 않는다”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현재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 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6일 호주 시드니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과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 및 북한 핵, 기후변화 등 세계적인 관심사와 무역, 식품 안전 및 환율 문제 등 양국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밝혀 대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베이징(北京) 및 홍콩의 정치 분석가는 “부시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은 데다 부시 대통령의 표현이 후 주석이 말하는 것처럼 그만큼 강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그동안 천명해 온 원칙론을 되풀이한 것으로 ‘대만 이름으로 유엔 가입 신청을 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대만 당국이나 이를 막기 위해 무력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중국에 대해서도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후 주석은 5일 “대만의 국민투표 실시는 독립을 위한 분열 책동에 해당한다”며 “(중국은) 어떠한 독립 시도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나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중국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 총통은 이날 밤 중-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의 친공화당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주요 인사들과 1시간 반가량 화상으로 토론하면서 “대만의 유엔 가입은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 상태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천 총통은 4일에는 장쥔슝(張俊雄) 행정원장과 황즈팡(黃志芳)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총통부에서 ‘국가안전 고위급 회의’를 열고 중-미 정상대응책을 숙의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대만의 국민투표 추진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데 따른 것이다.

고위급 회의에서는 또 ‘유엔 가입 국민투표’에 대한 미국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 의원들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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