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 中서 통할까…서점가선 아직 한류 감감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차이나 드림(China Dream).’

출판 분야에서도 중국은 세계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본다. 시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만 23만여 종, 64억 부 이상을 찍었다. 베스트셀러는 몇 백만 부가 팔린다. 거기다 해마다 10%가량 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한국 출판계가 중국시장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중국에서 한국출판의 전망은 밝다”(왕리우 중국시성출판사 편집장)는 시각과 “한국이 파고들 자리가 거의 없다”(김순응 신원에이전시 대표)는 지적이 팽팽히 맞선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출판의 미래는 장밋빛인가 백일몽인가.

○ 백일몽이다.

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인기 높은 서점 중 하나인 왕푸징(王府井) 서점. 8층 건물 전체가 서점으로 하루 고객만 10만 명이 넘는다. 그곳 5층엔 한국과 일본 문학을 모아둔 ‘일한 문학’ 코너가 있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한국책은 찾기 힘들었다. 최인호의 ‘상도’만 눈에 띄었다. 국내에선 낯선 몇몇 무협지와 인터넷소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3, 4종. 다양한 종을 갖춘 일본문학과 천양지차였다. 아시아 소설을 좋아한다는 왕콴(20) 씨도 “작가 ‘귀여니’와 작품 ‘상도’ 외에는 (한국소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기계공업출판사 해외판권담당자인 첸잔후이 씨도 한국출판의 콘텐츠가 다양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출판은 아동도서에 치우치며 장르의 다양성이 없다. 귀여니 이후 인터넷소설이 반짝했지만 2, 3년이었다”며 “소설 ‘상도’의 인기도 드라마가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요나 드라마 같은 한류를 서점가에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원에이전시 베이징지사의 최재철 수석대표는 더 비관적이다.

“중국시장을 너무 모르고 덤벼요. 중국 출판사가 정부 소속이라곤 하지만 중국인의 계산은 냉정합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취하고 과감히 버립니다. 결코 열린 시장이 아닙니다.”

중국 출판인도 한국 출판의 근시안을 지적했다. “한국 출판계는 묘한 구석이 있다. 수입은 프리미엄을 붙여서라도 확보하려 들면서 수출은 조건이 안 맞으면 거래를 안 한다. (그런 태도로는) 진출이 쉽지 않다.”(중국석유공업출판사의 해외판권담당 리우 웬구오 총책임자)

○ 장밋빛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문승현 국제사업부 차장은 한국출판의 콘텐츠가 협소한 게 아니라 전문 영역을 찾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인테리어 등 건축 관련이나 아동도서는 중국에서 한국을 최고로 칩니다. 출판사 ‘건축과 환경’ ‘건축세계’에서 나온 책들은 반응이 좋아요. 다양한 물량을 쏟아 붓는 영미 출판과 달리 한국은 틈새를 뚫어야 합니다.”

일본보다 한국의 전망이 밝다는 이도 있었다. 왕 편집장은 “중국인에게는 일본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존재한다. 한국이 중국시장에 적응하면 일본보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말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판권 수출입 계약 건수는 일본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전체 도서 판권은 363건이고 수출은 315건이다. 수입 건수는 일본(116건)보다 많다. 수출 건수는 미국(2957건)이나 영국(1296건)엔 못 미치지만 일본(484건)에는 근접했다.

민음사의 박상준 이사는 “중국 출판계에서 자리를 잡는 게 만만치 않다”면서도 “단순히 현지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수출입의 고른 발전을 도모하는 게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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