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화 봉송 노선에 대만의 타이베이(臺北) 시를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만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올해 초부터 줄기차게 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의 베이징올림픽위원회가 올해 4월 26일 공식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성화는 베트남의 호찌민 시를 거쳐 대만의 타이베이와 홍콩, 마카오 특별행정구를 경유한 뒤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하이난(海南) 섬의 싼야(三亞) 시로 들어간다.
중국은 대만을 의식한 듯 135개 경유 도시 중 타이베이를 서울과 같은 범주의 22개 ‘경외(境外) 도시’로 분류했다. ‘경외’란 주로 중국 정부의 행정권이 직접 미치지 않는 지역을 지칭하는 용어로 외국은 물론 홍콩 마카오 등 중국의 특별행정구도 이에 해당한다. 중국은 이번에도 홍콩과 마카오를 ‘경외’에 포함시켰다.
대만은 즉각 반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독립국가인 대만이 중국의 일개 성(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만 당국은 이 때문에 성화가 ‘제3국’에서 들어와 다시 ‘제3국’으로 나가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성화 노선을 발표하기 전 대만 당국과 협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거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럼에도 중국은 어떻게든 대만을 달래기 위해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이 포함돼야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선전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만 역시 겉으로는 협상에 적극적이다. 대만도 성화 봉송에 참여하라는 국민 여론이 높다. 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8.5%가 성화 봉송을 지지했다.
그러나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당초 태도에서 양보할 기미가 전혀 없다. 중국도 호찌민∼타이베이∼홍콩 노선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차이천웨이(蔡辰威) 중화타이베이(대만)올림픽위원회 주석은 “협상은 계속하겠지만 타결될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