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을 강행한 나와즈 샤리프(58) 전 파키스탄 총리가 10일 파키스탄에 도착했으나 곧바로 추방당했다.
AP통신과 현지 아리TV 등에 따르면 샤리프 전 총리는 망명지였던 영국 런던에서 9일 출발해 예정대로 10일 오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동승한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감격스럽다. 어떤 상황이라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착하자마자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 4시간 만에 다른 비행기로 옮겨져 파키스탄에서 추방됐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리는 AFP통신에 “샤리프 전 총리가 사우디 지다 공항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앞서 파키스탄 정부 측은 “그가 도착하면 부패 혐의에 대한 영장을 집행해 구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1990년과 1997년 두 차례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업고 총리가 됐다. 그러나 1999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2000년 망명길에 올랐다.
대법원이 지난달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의 귀국길이 열렸다. 파키스탄 정부는 “샤리프가 망명 당시 범죄 혐의를 면제받는 대신 10년간 귀국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며 그의 귀국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해 왔다.
파키스탄 정부가 일단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저지했지만 상당기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무샤라프 정권 퇴진을 외치며 공항 곳곳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한편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분점 협상을 벌이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도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달 귀국할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따라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세 진영 사이에 치열한 권력 투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무샤라프 정권이 위기 타개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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