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 귀국하자마자 재추방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7년간의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을 강행한 나와즈 샤리프(58) 전 파키스탄 총리가 10일 파키스탄에 도착했으나 곧바로 추방당했다.

AP통신과 현지 아리TV 등에 따르면 샤리프 전 총리는 망명지였던 영국 런던에서 9일 출발해 예정대로 10일 오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동승한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감격스럽다. 어떤 상황이라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착하자마자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 4시간 만에 다른 비행기로 옮겨져 파키스탄에서 추방됐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리는 AFP통신에 “샤리프 전 총리가 사우디 지다 공항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앞서 파키스탄 정부 측은 “그가 도착하면 부패 혐의에 대한 영장을 집행해 구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1990년과 1997년 두 차례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업고 총리가 됐다. 그러나 1999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2000년 망명길에 올랐다.

대법원이 지난달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의 귀국길이 열렸다. 파키스탄 정부는 “샤리프가 망명 당시 범죄 혐의를 면제받는 대신 10년간 귀국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며 그의 귀국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해 왔다.

샤리프 전 총리는 연말 대선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을 밀어내기 위해 귀국을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에서 출발하기에 앞서 그는 “파키스탄을 민주국가로 돌려놓지 않으면 현재 같은 혼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일단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저지했지만 상당기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무샤라프 정권 퇴진을 외치며 공항 곳곳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한편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분점 협상을 벌이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도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달 귀국할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따라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세 진영 사이에 치열한 권력 투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무샤라프 정권이 위기 타개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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